아기는 8년전 야산에 묻혔는데, 사체유기 공소시효는 7년
‘출산 후 미등록 영아’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4일까지 전국에서 영아 12명의 사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생후 8일 된 아기를 집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출산 후 미등록 영아 2236명의 전수조사가 진행되자, 영아들의 비극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출산 후 숨진 아기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부산의 40대 여성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2월 부산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했지만, 병원 퇴원 다음 날 집에서 아기가 숨진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고 이후 경황이 없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시신을 부산 기장군 집 근처 한 야산에 매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아기가 병원 퇴원 당시엔 건강상 특이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에겐 10대 딸이 1명 더 있고, 유기 당시엔 남편과 별거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아 유기가 경찰 수사망에 포착됐지만, A씨는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A씨의 출산은 2015년 2월인데, 사체 유기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의미다. 이에 경찰은 A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나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공소시효는 15년, 살인죄는 2015년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세월이 오래 지나 영아 시신을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찾는다고 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 입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법적·제도적 미비가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4일 기준 지자체에서 236건의 수사를 의뢰받아 이 중 220건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79건이었던 수사가 나흘 만에 3배로 늘어났다.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출산 후 미등록 영아 2236명의 10%가량이 수사 중인 셈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남부가 44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38건), 대전(26건), 인천(14건), 전남(12건) 순이다. 경찰이 지자체에서 수사를 의뢰받은 236건 중 소재가 확인된 건 20건, 사망 12명이며, 204명은 행방이 불분명하다.
영아 사망 사건은 경기도 하남시, 전남 무안군에서도 발생했다. 경찰은 경기 하남시에서 수사를 의뢰받고 조사한 결과, 병원에서 태어난 직후 다른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군에서도 출생신고 전 사망한 사례가 발견됐지만, 병원에서 아기가 숨진 경우로 확인됐다. 출산 후 미등록 영아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가 계속되면서, 지자체가 경찰에 의뢰할 수사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부모는 진술 과정에서 말을 뒤집기도 해,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 심리 전문가)를 투입하거나 부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019년 4월 대전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당시 혼자 살던 빌라에 수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여성 B씨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한 진술을 계속 번복하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프로파일러 면담 및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제안했지만, B씨는 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생 후 미등록 영아’ 사건 중에는 영아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경우가 많다. 경찰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놓고 떠난 부모에 대해선 영아 유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2016년 청주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제삼자에게 넘긴 혐의로 30대 친모 C씨를 조사하고 있다. 미혼모였던 C씨는 출산 전 인터넷에 ‘입양을 보내고 싶다’는 게시글을 올렸고, 이를 통해 만난 한 여성이 C씨와 함께 병원에서 지내며 병원비 등을 내준 뒤 아이를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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