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후 외교전 나선 푸틴 …"서방에 맞서자"
'인도 주재' 화상 정상회의서
본인 '권력 건재함' 과시 주력
"러, 그 어느때보다 강한 단결"
시진핑 "일방적인 제재 반대"
반란 사태를 수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 다른 나라들과의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영상으로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정상들과 회담을 했다. 내부 반란 사태 마무리 이후 처음 국제외교 무대에 복귀한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데 주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SCO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했다.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달 24일 반란을 일으킨 지 약 10일 만에 공식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SCO는 2001년 7월 15일 설립된 국제조직으로 회원국들 간 정치·경제·안보 협력 등을 도모한다. SCO에는 중·러를 비롯해 인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파키스탄 등이 속해 있다.
이번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본격적인 외교무대 복귀를 노리는 푸틴 대통령은 '친(親)러 성향' 국가 정상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영상으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결속력으로 단결돼 있다"며 "러시아 사회는 조국의 운명을 걱정하는 강한 단결과 높은 책임감으로 뭉쳐 반란에 대응해야 조국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확실히 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국민들을 위해 변함 없는 지지들을 보내주는 SCO 회원국들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군사작전'으로 인해 러시아에 부과된 서방의 도발과 제재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갈등이 심화되고 세계 경제 위험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SCO 관계를 강화하고 해외 무역 시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기조연설 시간을 가진 시 주석은 "지역 평화를 지키고 공동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며 "보호주의와 일방적 제재, 국가안보 개념의 일반화에 따른 '담 쌓기'와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구체적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향한 디커플링을 추구했던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외부 세력이 '신냉전'을 조장하고 지역 대립을 조성하는 상황을 고도로 경계해야 한다"며 "중국은 대화와 협상으로 국가 간 이견과 모순을 해소하고 국제 이슈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등 지역 안보 장벽을 튼튼히 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이날 회의에서 자신의 변함 없는 지도력을 보여주는 데 몰두한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맞서기 위한 SCO 회원국들 간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와의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중국과 인도 등은 전쟁 장기화로 인해 서방의 압력이 계속 커지자 조금씩 거리를 두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러시아 내부 반란 사태 이후 푸틴의 절대권력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면서 러시아와의 거리 두기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회의를 주재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SCO 회원국 간 관계를 '단순 이웃'이 아닌 '대가족'으로 표현하며 결속력을 강조했다. 인도 입장에서는 이번 회의를 주재하는 만큼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의 지지 호소에 적극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모디 총리는 "안보·경제 발전·통합·영토 주권·환경 보호는 SCO 회원국들이 추구하는 비전의 기둥"이라며 "SCO는 유라시아 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 발전을 위한 중심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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