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먹이사슬 농축’ 평가 없이…IAEA “일 오염수 동식물 영향 미미”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4일 최종 보고서 결론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나온 6편의 중간 보고서를 통해 예고됐던 그대로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이웃나라 인구에 대한 추정 피폭량이 무시할 만하다”고 단정한 부분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최종 보고서에 오염수 속 방사성 핵종 함유량을 배출 허용 기준치 이하로 맞춰줄 핵심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 검증은 포함하지 않았는데, 도쿄전력이 수행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다른 나라의 일반 원전의 배출수처럼 안전하다는 검증 결과를 내려준 것이다.
이 보고서는 국제원자력기구가 2021년 9월부터 수행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 안전성 검토 결과를 담은 것이다. 검토는 △방출될 처리수(오염수)의 방사능 특성 △방출 제어를 위한 시스템과 공정의 안전 관련 측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REIA) △방출을 위한 규제와 승인 △모니터링 프로그램 △이해 관계자 참여 △직업적 방사선 방호 등을 포함한 8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보고서 중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장에서 도쿄전력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근거로 “국제 수역의 방사능 농도는 알프스로 처리된 물이 바다로 배출되는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국경을 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이 평가서에서 해양분산모델을 기반으로 한 계산을 통해, 리터당 1베크렐(㏃) 이상의 삼중수소 농도가 예상되는 지역이 후쿠시마 원전 3㎞ 이내 해역에 제한되고, 사방 10㎞ 해역 표층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0.12㏃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와 미래세대 및 그들의 환경보호’에 대해 검토한 장에서도 “도쿄전력의 해양분산모델은 모델링 시뮬레이션 영역 경계에서 삼중수소와 기타 방사성 핵종이 감지할 수 없거나 배경 수준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미미한 농도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이웃나라 인구에 대한 방사선 노출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세가지 해양 대표 동식물(광어, 게, 해조류)이 알프스 처리수 방류 영향으로 받게 될 선량률이 국제방사선보호위원회(ICRP)에서 설정한 참조 수준보다 100만배 이상 낮다고 밝히면서 “알프스 처리수의 정상적 방류에 따른 해양 동식물의 방사선 영향에 대해서도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물론, 정부와 여당은 이런 방사성 핵종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오염수가 방류돼도 국내에 끼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는 삼중수소의 국내 해역 ‘유입 시기’와 ‘농도’ 정도만 설명해줄 뿐이다. 바다에 배출된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돼 생물학적 영향을 일으키는 것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 등은 이런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한 환경영향평가가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과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게다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오염수 속 방사성 핵종 함유량을 배출 허용 기준치 이하로 맞춰줄 알프스가 방류 기간 내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은 방류 계획 검토를 위한 점검 대상에 오염수를 이송하고 희석하는 시설을 넣으면서도, 정작 오염수를 걸러낼 알프스는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근본적 한계도 안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 현장 시찰 과정에서 확보한 알프스 입·출구 오염도 농도 원자료(로데이터) 등을 분석해 알프스 성능을 검증한 결과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시료 분석을 통한 검증 없이 일본 정부가 제공한 자료만 분석한 결과로는 알프스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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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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