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서툰 롯데 감독 서튼…알쏭달쏭 ‘동명이인 구별법’

김민석·이민석 ~ 조세진·장세진
동명이인 너무 많은 롯데 선수단
선수가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이름 대신 별명·별칭으로 불러

한동희(24)와 윤동희(20). 프로야구 롯데에는 두 명의 ‘동희’가 있다.

한동희는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18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해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한동희의 4년 후배인 윤동희는 야탑고 출신으로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고 올해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한동희는 내야수, 윤동희는 외야수로 이들은 선발 라인업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릴 때가 많다. 올 시즌 롯데 라인업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입단할 때부터 ‘포스트 이대호’로 불린 한동희는 올해 프로 6년차를 소화하고 있다. 3일 현재 58경기에서 타율 0.224 2홈런 24타점 등을 기록 중이다. 2년차 윤동희는 49경기 타율 0.315 2홈런 19타점의 성적을 냈다.

4년 동행
내야수 한동희
‘원조답게’
“동희”

4년 후배
외야수 윤동희
‘이름 합쳐’
“윤희”

그렇다면 외국인 감독인 래리 서튼은 두 동희를 어떻게 구분할까. 이 물음에 서튼 감독은 “원래는 동희가 한 명이었으니까 ‘동희’는 한동희다. 윤동희에게는 ‘윤희’라고 부른다”고 답했다. 2020년부터 롯데 코칭스태프로 일해온 서튼 감독에게 ‘동희’는 4년째 함께하고 있는 한동희다. 4년 후배인 윤동희는 선배가 이름을 먼저 선점해 성과 이름이 합쳐진 ‘윤희’가 됐다.

이 밖에 롯데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선수가 꽤 많다. 현재 1군에 있는 선수들 중에는 외야수 고승민, 투수 구승민이 있다. 외야수 황성빈과 포수 손성빈도 있다.

현재 1군에 있는 루키 김민석은 올 시즌 초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 이민석과 이름이 같다. 상무에 입대한 외야수 조세진, 올해 1군에서 2경기를 뛴 투수 장세진도 있다.

서튼 감독만의 구분 노하우가 있다. 그는 “공개할 순 없지만 별명이나 별칭을 써서 부른다”며 “선수가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은 별명을 부른다”고 귀띔했다.

서튼 감독 역시 자신을 부르는 별칭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친구들이 나를 부를 때 ‘래리’라고 부르기보다는 서튼 감독이라고 부른다”며 “가끔 친구들이 서튼을 반으로 잘라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서튼에서 ‘섵’이라고만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 이름도 비슷한 아이디어로 부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KBO리그를 거쳐간 외국인 감독들은 낯선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다양한 방식으로 애썼다. ‘노 피어’ 야구로 팀을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선수들의 성을 빼고 이름을 외웠다.

투수 배장호와 서정호를 ‘장호’와 ‘젱호’로 구분하기도 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한국식으로 성과 이름순으로 된 이름 리스트를 요청해 외우기도 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