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외교안보 이해하는 경제인 더 많아져야”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한주형 기자(moment@mk.co.kr) 2023. 7. 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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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2세 경제인 김덕길 회장
간사이 동우회와 20번째 방한
매년 외교부·국방硏 방문해
강의듣고 토론하는 시간 가져
양국 이해·우호친선 공로로
日 정부서 표창장 받기도
“현재 日최고 핫플은 신오쿠보
갈등이 민간교류 막아선 안돼”
“지금 일본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일본 정부에서 민간 단체들에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될 프로젝트를 찾아봐 달라고 많이 요청한다. 한국 업무를 전담했던 외무성 전직 관료(OB)들을 만나 보면 한국 정부를 매우 신뢰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김덕길 가네다홀딩스 회장(77·사진)은 지금이 한일 관계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일본 오사카를 대표하는 경제인 단체 ‘간사이 경제동우회’에서 그는 거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김 회장은 내달 3박 일정으로 간사이 경제동우회 멤버들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간사이 경제동우회 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안보위원회 설립부터 방한 일정까지 한국에서의 모든것을 총괄하고 있다. 안보위원회의 방한은 올해가 20번째다. 2000년 첫 방한 후 코로나 19 기간을 제외하면 매년 한국을 찾고 있다. 외교부, 통일부, 국방연구원 등을 찾아 한국의 외교안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강의를 듣고 토론 및 질의 응답 시간을 가져왔다.

김회장이 처음 간사이 경제 동우회 방한단을 추진하게 된건 보스턴 심포지움이 계기였다. 보스턴 심포지움은 미국을 대표하는 일본통인 하버드 대학 조지프 나이, 에즈라 보겔 교수 등이 참가하는 미일간 연례 교류행사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경제인들도 이렇게 서로의 정치외교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는 자리가 있는데, 한일 간엔 없어 안타까웠다” 며 “관계 개선을 위해선 서로의 외교안보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해 나섰다”고 말했다.

시작이 순탄치는 않았다. 김회장은 “지금이야 경제와 외교안보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라는 건 상식으로 통하지만, 23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며 “경제단체가 무슨 외교안보문제냐는 반응 일색 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 이슈 같은 한국의 안보문제를 이해해야만 일본이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다”며 양국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20년 넘게 한국 기관들의 강의를 듣다보니 간사이 동우회 기업인들 중에선 일본내 웬만한 한반도 전문가들 보다 한국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이들의 존재는 일본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지지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김회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그는 “일본 경제인들이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매년 한국 기관을 찾듯이, 한국에서도 일본 기관 등을 방문해 일본의 외교안보에 대해 듣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정부가 예전부터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왔다고 설명했다. “벌써 7년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외무상이었을 때다. 간사이 경제동우회에 양국간 이해와 우호친선에 기여해줘 고맙다며 자신의 명의로 표창장을 전달한 적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보일지 몰라도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강제징용문제가 불거지며 국방연구원 방문이 돌연 취소되기도 했고 민간차원 교류까지 어려워졌다. 김회장은 “정치가 영향을 안미칠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리도 경제인들끼리는 열심히 교류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회장은 갈등 극복에 있어 민간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등보다 우정이 먼저 아니겠나. 복잡한 문제가 얽히는 정부 교류와 달리 민간교류는 쉽게, 더 빨리 우정을 쌓을 수 있다. 교류가 많을 수록 우정은 쌓인다. 양국은 여전히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요새 일본 젊은이들 최고 핫플레이스는 하라주쿠가 아니라 신오쿠보다. 한류인기가 절정에 달한 지금 정치 문제가 민간교류에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재일교포 2세로 평생 일본에 살면서 갖은 차별로 인한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터. 과거에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진입할 수 없는 영역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꿋꿋이 한국 국적 및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온 이유가 뭘까. 김회장은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니 당연한 것이고, 부친으로 부터도 그렇게 교육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피해자 의식에 계속 매몰돼 있기 보다 다음 세대는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겪지 않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재일 교포에 색안경을 낀 사람들이야 여전히 있다. 하지만 내 세대가 겪었던 차별은 다음 세대엔 없어야 하고, 그럴수 있다고 믿는다. 힘 닿는데까지 할 수 있는걸 하고 싶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면 할일이 정말 많다. 비록 일본땅에 있지만 한국인으로 사는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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