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보고서 발표에 국내 수산업계 “오염수 괴담 멈춰야. 국민이 안심하도록 도와야”
일본 정부가 연내 바다로 방류하기로 한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일본 측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사실상 방류가 기정 사실화 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수산업계는 “이제 소모적인 논쟁은 자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중구 자갈 치시장 인근에서 횟집을 하는 김모(54)씨는 IAEA의 종합 보고서와 관련된 소식을 접한 뒤 “이제는 오염수 괴담을 멈출 때”라고 주장했다.
자갈치시장이 정기 휴무일에 들어가면서 점심시간 반사 효과를 기대했던 주변 횟집들은 수산물 불안심리에 마수걸이도 힘들 정도로 손님이 뚝 끊긴 상황을 마주하자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갈치 시장 밖 노점 상인들은 수산물을 사겠다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자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금봉달 부산 자갈치시장 어패류처리조합 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기구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오염수 방류가 괜찮다고 하니 이제 비과학적인 괴담의 유포는 멈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것이 바로 자갈치 시장 상인들을 살리고 전국의 수산업계를 살리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도 줄어든 손님에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이번 IAEA 보고서가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덕호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IAEA) 보고서 공개로 다시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될까 두렵지만 중요한 건 과학이고 정확한 정보 아니겠느냐”며 “이곳 상인 대다수가 ‘정치인 말고 과학을 믿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전국 최대 산지 어시장으로 국내 고등어의 80%가 유통되는 부산 공동 어시장 관계자들도 이제는 과도한 우려를 멈출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박극제 대표는 IAEA 보고서와 관련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나라 과학자가 참가한 국제기구에서 괜찮다고 하는데 이런 결과를 부정하면 피해는 우리 어업인과 수산인, 냉동·물류창고 종사자 등 1000만 수산 관계자들에게 돌아올 뿐”이라면서 “방류가 30년간 이어질 예정인데, 괴담을 무책임하게 유포하는 건 30년간 우리 바다를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창은 대형선망 조합 지도 상무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 12년 동안 우리 해역에 방사능을 측정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며 “국제기구가 일본 검증 체계를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 만큼 막연한 불안감만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대성 경남 정치망 조합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해 어민들의 80% 정도는 조업하면서 횟집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오염수 괴담으로 소비가 끊겨 예약 손님 하나 없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국제기구의 검증을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폄훼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 하지 말고 피해를 보게 되는 어민의 삶을 보면서 신중하게 발언해달라”고 촉구했다.
임정훈 대형기선 저인망 조합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일본 오염수를 두고 정치싸움을 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라며 “국가와 정부는 이제 국민이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더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올여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국민의 40%가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찬성 의견은 반대보다 5%포인트 더 높았다.
전날 일본 뉴스네트워크 JNN이 이달 1∼2일 전국 18세 이상 시민 1207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오염수 해양 방류 찬성은 45%, 반대는 40%로 집계됐다.
일본에서는 어업인들이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문 피해(풍평 피해)를 우려해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반대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학계, 시민단체에서 이를 지지하고 있지만 전체로는 방류 찬성 의견이 더 많은 편이다.
일본에서조차 반대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일본의 해양방류를 지지하는 쪽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전날인 3일 강원도 방문길 횟집에 들러 오징어회, 멍게 등을 시식하고 구매한 바 있다.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한 취지라지만 야당 등에서 ‘횟집 먹방쇼’라는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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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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