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부산과기대 야구부 감독 “프로 진출·4년제 놓친 선수들에 야구할 기회 줬더니 우승 일궈”
2020년부터 초대 감독으로 지휘봉
3년 만에 ‘U-리그 경상권 1위’ 견인
간절함·열정이 기적 만든 원동력
창단 3년차인 부산과학기술대 야구부는 최근 쟁쟁한 지역 대학 야구부들을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는 물론 다른 4년제 대학에서 지명받지 못했던 2년제 대학의 야구부는 또 다른 기적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부산과학기술대는 지난 5월 말 2023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대학야구 U-리그 경상권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3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이 대회엔 부산, 경남, 경북, 대구 등 경상권 12개팀이 참가했다. 부산과학기술대는 첫 경기인 4월6일 수성대전에서 6-7로 패한 후 이후 내리 9연승을 달리며 경상권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부산과학기술대 야구부는 2020년 6월 창단했다. 순천 효천고 수석코치로 아마 야구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승종 감독이 초대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부산과학기술대는 2년제로,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거나 다른 4년제 대학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이름값과 실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야구를 더 하고 싶은 청춘들의 간절함과 열정은 신생팀의 가장 큰 무기가 됐다.
이 감독은 기자와 통화하며 “좌절한 친구들에게 야구를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스스로 운동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훈련 속에 세밀한 기술 지도를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도 유일한 운동부인 야구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은주 재활운동건강과 교수가 여성으로 야구단 단장을 맡아 동기부여가 절실한 선수들의 심리를 보듬어 줬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를 초빙해 강의를 들려주기도 했다. 프로 무대에 가지 못하더라도 사회에서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스포츠 마사지사, 수중 재활 전문가 자격증 등을 획득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부산과학기술대는 2021년 대학야구선수권에서 8강에 올랐고, 지난해 KUSF 대학야구 왕중왕전에서도 8강에 진출했다.
이 같은 성적을 바탕으로 다수의 선수들이 동의대, 원광대, 경남대 등으로 편입했고, 프로 무대 진출자까지 나왔다. 2023년 육성선수로 외야수 박건이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투수 이기석은 두산에 입단했다.
이승종 감독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이 기량 좋은 선수 못지않게 훌륭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유니폼을 입었을 때 행동을 바르게 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예의 범절 등을 강조하면서 아무리 학생이지만 성인으로서 갖추어 할 자세들을 새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권을 제패하며 ‘무명 반란’을 쓴 부산과학기술대는 이제 9월을 바라본다. U-리그 왕중왕전에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 감독은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서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야구 미생’의 도전은 뜨겁게 진행 중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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