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몸값의 비결은 ‘주주가치 제고’[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기자 2023. 7. 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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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이 드디어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겼다. 원화로 환산하면 무려 4000조원에 이른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다 더한 2457조원보다 훨씬 크다. 애플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연 매출액은 원화 기준으로 약 520조원인데 이는 삼성전자 매출액 302조원과 비교해서 1.7배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러나 양사 간의 시가총액은 9배 넘게 벌어진다. 왜 그럴까?

물론 사업모델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애플 매출액의 52%는 아이폰이고 서비스, 웨어러블, 아이패드 등이 48%를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가전 등으로 매출액의 60%를 채우고 반도체가 33%로 뒤를 잇는다.

그렇게 해서 연간 벌어들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애플이 160조원, 삼성전자가 62조원이다. 애플은 번 돈 160조원 중 약 14조원 정도만 시설 장치 등에 투자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번 돈의 대부분인 53조원을 유·무형자산에 투자했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계속 짓는 중이라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 같은 유형자산과 소프트웨어, 특허권 같은 무형자산에 매년 거액의 투자가 이뤄진다.

애플은 유·무형 자산에 대해 투자를 하고도 146조원을 남겼지만 삼성전자는 9조원 정도밖에 못 남겼다. 이렇게 남긴 돈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라고 한다. 기업이 연간 어느 정도의 돈을 벌었는가를 계산할 때 사용한다. 기업은 이 돈으로 대출을 갚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번 돈 대부분을 다시 생산시설에 재투자해야 하지만 애플은 생산 대부분을 대만의 폭스콘 같은 위탁생산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그렇다. 즉 개발과 디자인, 판매 등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현금 창출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미국의 역사적 배경이나 인종 구성, 부존 자원 및 산업의 구조 등이 우리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위대한 기업이 된 결정적인 이유는 남긴 돈 대부분을 주주들을 위해 쓴다는 것이다.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취득에 무려 137조원을 썼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100조원 이상을 주주들을 위해 푼다. 우리처럼 오너 중심이 아니고 주주 중심의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 기업들의 대부분은 대주주 일가가 승계하지 않고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을 위한 의사결정만을 내린다.

사실 애플은 5세대 폰 판매 호황이 끝난 2022년 9월 이후부터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 때문이다. 개미들이 국내 주식투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옮겨간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의 시가총액 3조달러 달성은 이렇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어떻게 해야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 모범답안을 확인한 셈이다. 그 실행 여부와 의지는 전적으로 기업들에 달렸다. 회사를 위해 소중한 자본을 투자하고 동행하기로 한 주주들을 어떻게 부자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요원할 것이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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