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챙겼다…“대한민국 제조업의 기반”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7. 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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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올림픽 국가대표 평가전
삼성, 전국대회 수상자 채용해
집중훈련 거쳐 ‘국대’로 육성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회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웹테크놀로지 종목 수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지난달 29일 인천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2024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 메카트로닉스 종목 국가대표를 뽑기 위한 대결이 한창이었다. 국제기능올림픽은 만 17~22세의 청소년 근로자들의 직업기능을 겨루는 경기다. 2년에 한 번씩 세계 각국을 돌아가며 개최된다.

메카트로닉스는 가공·조립·시험·운반 등 자동화 공정 설비를 만든 뒤 이를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종목이다. 2인 1조로 짝을 이룬 선수들이 문제로 제시된 설계도에 따라 각종 부품과 센서, 전선을 연결하느라 분주했다.

한 선수가 부품과 부품을 연결하는 동안 다른 선수는 작은 무선청소기로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부품을 정리했다. 설계도에 맞게 기계를 잘 만들었는지는 물론 청소상태 등도 채점요소에 포함된다. 이날은 평가전 세 번째 날이었다. 나흘에 걸쳐 과제 6개를 평가한 뒤 국가대표로 국제기능올림픽에 나갈 선수를 뽑는다.

이번 평가전의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선수들의 대결이라는 점이다. 삼성 계열사 간 자존심을 건 싸움이었다. 평가전에 출전한 선수 6명 중 2명이 삼성전자, 4명이 삼성전기 소속이다. 4일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평가전 우승팀은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삼성은 매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를 채용해 국가대표로 키운다. 선수들은 삼성에 들어와 약 6개월~1년 간 교육을 받고, 국가대표 평가전을 거쳐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한다. 메카트로닉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도 삼성 입사 뒤 이러한 교육을 거쳤다.

지난달 29일 인천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메카트로닉 종목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선수들이 기계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이날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의 다른 방에서는 산업제어 종목 국가대표 평가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선수 2명이 각각 가로 세로 약 2m 되는 흰색 판에 회로대로 기계가 작동하도록 자재를 조립한 뒤 배선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휴대폰을 포장한 상자를 배송하는 기계를 직접 만드는 게 과제였다.

산업제어는 산업설비를 구축할 때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기계가 작동하는 회로를 설정한 뒤 회로대로 동작하도록 자재를 조립하고 배선 작업을 한다. 이번 평가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삼성중공업 소속으로, 같은 회사 소속 선수들이 경쟁자로 만났다.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지금까지 한국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9차례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첫 참가는 1967년 제16회 기능올림픽부터다.

기능올림픽의 성과 뒤에는 묵묵히 이를 후원해온 삼성전자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상무 시절인 2006년에 이런 일화가 있다. 일본 출장을 간 그는 방문한 기업에서 일하는 숙련 인력 대다수가 국제기능올림픽 또는 일본 내 기능대회 수상자 출신이란 걸 알게 됐다. 이 때 기술인재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은 이 회장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기능올림픽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기술력을 갖춘 인재가 곧 제조업의 기반이라는 생각이 후원의 바탕이 됐다.

이번 평가전에선 총 37개 종목에서 선수 39명이 뽑혔다. 이들 선수들은 대회 직전까지 훈련한 뒤 내년 9월 리옹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한다.

국제기능올림픽이 끝나면 선수들도 현업으로 돌아간다. 현업에선 기능올림픽 출신 선수들을 서로 모셔가려고 한다. 국가대표 평가전에 나오는 선수들은 늦어도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20~21세까지 약 4~5년 간 맹훈련을 해온 사람들이다. 그만큼 실력이 보장돼있고, 현업에 곧바로 투입해 일할 수 있다.

메카트로닉스 종목을 평가하는 윤평하 심사장은 “보통 회사에서 학부 졸업생은 2년 정도 훈련을 시키는데 선수 출신 직원은 즉각 현장에서 과제 수행이 가능하다”며 “특히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술력은 보통 직원들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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