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대통령 “3연임 안 한다”…‘독재 만연’ 서아프리카서 주목
내년 2월 대선 불출마 밝혀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사진)이 3일(현지시간) 3연임을 포기하고 내년 2월 예정된 대통령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재와 쿠데타로 민주주의 위기를 맞은 서아프리카 국가들에 희망을 주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살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내년 2월 대선에서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2년과 2019년 두 차례 대선에서 승리했던 살 대통령은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최근까지 출마를 강하게 내비쳤지만 야권과 시민단체 반발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겠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살 대통령의 출마 여부는 세네갈을 비롯한 서아프리카 지역 최대 이슈였다. 세네갈은 2016년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3연임을 금지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그러나 살 대통령은 “첫 임기(2012년)는 연임 제한 조항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살 대통령이 헌법을 마음대로 해석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지난달 세네갈 유력 야당인 파스테프의 우스만 손코 대표가 성범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선 출마가 좌절되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살 대통령이 정적인 손코 대표를 제거하기 위해 누명을 뒤집어씌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네갈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해 시위 참가자 14명과 경찰 2명 등 최소 16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세네갈 건국 이후 가장 격렬한 시위에 살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고 평가했다. 세네갈 인권단체 아프리카좀센터 설립자 알리운 티네는 “미끄러운 경사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웠던 세네갈에 기적이 찾아왔다”며 반겼다. 미 국방부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 연구원 캐서린 레나 켈리도 “헌법을 존중하기로 한 살 대통령의 결정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WP는 살 대통령의 불출마 선언이 민주주의 위기를 맞은 서아프리카 국가들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서아프리카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기니에선 쿠데타로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코트디부아르와 토고에서도 각종 편법으로 사실상 독재 정치가 펼쳐지고 있다. 알라산 와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3연임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을 무시하고 2010년과 2015년에 이어 2020년에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토고는 2019년 개헌으로 5년 임기에 연임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2005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포르 냐싱베 대통령은 “현 대통령은 향후 최대 두 차례 임기를 늘릴 수 있다”는 문구를 헌법에 삽입해 최대 2030년까지 권력 유지가 가능하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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