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 등장한 푸틴 “서방 압력에 굴복 않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반란사태 이후 국제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서방의 압력과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역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통신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외부의 압력, 제재, 도발에 당당히 저항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의 운명에 대한 연대와 높은 책임감은 러시아 정치권과 사회 전체가 무장 반란 시도에 맞서 단결된 전선으로 나섬으로써 분명하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반란 사태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국정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주도한 반란이 실패로 끝난 뒤 푸틴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한 국제 외교무대다.
푸틴 대통령은 “헌법 질서 및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러시아 리더십의 조치를 지지해준 데 대해 SCO 회원국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서방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회원국은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8개국이다.
시진핑 주석도 이날 기조연설에서 “역내 평화를 지키고 공동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SCO 회원국들이 올바른 방향을 따르고 연대와 상호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또 “경제 세계화의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보호주의와 일방적인 제재, 국가 안보 개념의 확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제재 등 경제적 압박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시 주석이 최근 러시아 반란 사태와 관련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으나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외교와 경제에서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앞서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일으키자 바로 다음날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중국 관리들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가 긴밀한 파트너십과 정치적 신뢰를 재확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당시 “중국은 우방이자 새 시대의 파트너로서 러시아가 국가 안정과 발전을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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