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시아 겨냥 ‘30-30 계획’ 세운다

선명수 기자 2023. 7. 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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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증강”…유럽 방위계획 냉전 후 첫 대규모 개편
내주 정상회의서 ‘GDP 2%’ 방위비 하한 설정 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유럽 방위계획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새 방위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토의 새 방위계획은 유사시 나토 병력 30만명을 유럽 동부전선에 30일 이내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토는 대서양과 북극을 포함한 북부 지역, 발트해와 중부 유럽에서 알프스를 아우르는 중부 지역, 지중해와 흑해를 포함한 남부 등 세 개 지역으로 나눠 통합 방위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4만여명의 나토 병력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부 에스토니아에서 흑해와 접한 루마니아까지 배치돼 있다. 군용 항공기 100대와 군함 27척도 각각 나토 영공과 발트해·지중해 등에 투입돼 있다.

바우어 위원장은 “새로운 방위계획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의 군사 역량 수준에 맞춰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한 러시아군’의 공격을 가정해 최상위 방위 전략을 짜겠다는 의미로, 나토는 육·해·공 전반에 걸쳐 전력 증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매슈 반 베게넨 미국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 장군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나토의 가장 극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독일, 영국 등 나토 회원국들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에 배치된 대대 규모 나토 병력을 여단 규모로 신속하게 확장하는 훈련을 벌였다. 러시아에 위협을 느끼는 발트해 연안 국가들을 안심시키고 나토가 동부전선을 빠른 속도로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훈련이었다. 최근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이 반란 실패 후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는 나토군의 영구 주둔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나토는 현재 벨라루스에서 임박한 위협은 없다고 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나토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새로운 방어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나토의 방위계획 개편은 지난 30년간 나토 회원국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고 보도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인 1989년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나토에 대항해 옛 소련을 중심으로 창설된 동유럽 공동 방위기구)의 국경 길이는 1380㎞로, 대체로 독일 국경과 일치했다.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한 2004년엔 나토와 러시아의 국경 길이가 800㎞에 불과했지만, 지난 4월 핀란드가 나토에 합류하면서 국경 길이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나토는 한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하는 집단방위체제로 운영한다. 다만 대대적인 전력 증강을 위해 뒷받침돼야 하는 방위비 마련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2014년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나토 방위비에 투입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해 기준 이 가이드라인을 지킨 회원국은 올해 가입한 핀란드를 제외하고 전체 30개국 중 7개국에 그쳤다. AP통신에 따르면 나토는 내주 정상회의에서 ‘GDP의 2%’라는 수치를 목표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회원국 간 이견도 예상된다. GDP의 4%를 방위비에 지출하겠다고 밝힌 폴란드 등 동부 국가들은 이 논의에 적극적이지만, 캐나다 등 일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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