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뜻과 민법 무시한 ‘공탁 헛발질’…외교부는 되레 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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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4명 몫의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하려고 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공탁을 통해 강제동원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던 정부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3자 변제'는 1년 전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적법한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정부가 뜻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공탁관 개인을 언급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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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4명 몫의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하려고 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공탁을 통해 강제동원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던 정부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피해자들이 3자 변제 방식에 거부 의사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판결금 수령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한 외교부가 무리하게 절차를 강행하려다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는 4일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해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지방법원이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의 판결금 공탁을 불수리(받지 않음) 결정한 근거는 민법 469조다. 이 법 1항은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한 때에는 3자 변제를 할 수 없다’이고, 2항은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양 할머니는 앞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바 있다.
외교부는 공탁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공탁관)의 권한을 문제 삼았다. 외교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공탁 공무원이 형식상 요건을 완전히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자 헌법상 보장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997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공탁 제도는 공무원의 형식적 심사권, 공탁 사무의 기계적 처리, 형식적인 처리를 전제로 운영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라고 덧붙였다. 형식을 갖춘 공탁 신청이 들어오면, 공탁관이 제3자 변제의 가능 요건을 따지지 않고 기계적으로 공탁 신청을 받아들이고, 공탁이 변제로서 효력이 있는지는 추후 재판 과정에서 가리면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공탁규칙 48조에는 공탁관의 불수리 결정 권한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2009년 대법원은 공탁 공무원이 ‘공탁자가 피공탁자와 이해관계에 있는 제3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건에서 이 공무원의 판단을 문제 삼지 않은 바 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불충분한 준비로 공탁 절차를 강행한 재단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단은 지난 3일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거주하는 주소지 관할 법원에 공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광주지법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각각 제출된 이춘식 할아버지와 다른 피해자 유족에 대한 공탁서도 ‘필수 제출 서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접수 자체를 반려했다. 전주지법에는 또다른 피해자 유족에 대한 공탁서가 제출됐으나, 법원은 재단에 서류 보정을 권고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날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무리한 공탁 개시는 정부가 국민 상식에 반하는 (해법을) 억지로 추진하는 게 더이상 불가능해지자 궁지에 몰리면서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탁관 개인을 공격하면서 법원 판단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외교부의 태도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3자 변제’는 1년 전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적법한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정부가 뜻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공탁관 개인을 언급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즉시 이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공탁법에 따라 재단이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하거나, 재판을 통해 공탁 불수리 결정을 다툴 수도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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