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 5천만원 집주인, 역전세 때 1억7500만원까지 대출
원리금상환비율 40% 아닌
총부채상환비율 60% 적용
1년간 한시적으로 규제 완화
정부는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규제를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역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떼이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원 대상은 신규 전세보증금이 기존 보증금보다 낮거나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 처한 집주인으로 7월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규제를 완화한다.
개인 집주인의 경우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아닌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한다. DTI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계산하는 DSR과 달리 대출이자 상환액만 따진다. 이 때문에 DTI는 DSR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로 인식된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취지다. 보증금 차액 내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후속 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대출금을 우선 상환한다는 ‘특약’을 전제로 대출해준다.
A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 6000만원인 집주인이 연 4.5%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2억원(잔존 만기 20년)과 연 5.8% 금리의 신용대출 5000만원을 보유했을 때 원리금 상환액은 월 222만7226원, DSR은 44.2%가 된다. DSR이 40%를 초과하므로 현재 규제에선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DTI 60% 규제를 적용하면 최대 2억8000만원을 더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상환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존 대출이 없고 연 소득 5000만원인 집주인은 규제 완화 시 연 4% 금리, 30년 만기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을 경우 DSR 40% 규제 때보다 최대 1억75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수익이자상환비율(RTI)을 내려준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임대료를 받아 이자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를 보는 지표다. 정부는 현재 1.25~1.5배(규제지역)로 설정된 RTI를 1.00배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주택 5채를 전세보증금 5억원에 빌려준 임대사업자가 완화된 규제하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으면 종전보다 최대 3억75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다. 이번 규제 완화 대상은 전세보증금 반환 기일이 도래했으며 역전세 상황에 처한 집주인(개인·임대사업자)이다.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보증 보증료를 부담해야 하고, 대출받은 돈은 은행이 세입자 계좌로 바로 넣어준다. 집주인이 대출받아 전세보증금 반환 이외에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공임대 3만8천가구 모집
영세 음식점 세액공제 연장
내국인 공유숙박 도입 추진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자제
■ 공공임대 3만8000호 모집·입주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은 늘린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전세자금 23조원을 추가로 공급해 총 44조원을 지원한다. 주택청약저축의 소득공제 적용 연간 납입한도를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리고, 무주택 청년 대상 우대금리(주택청약저축 대비 최대 1.5%포인트)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은 유지하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연내 10만7000호 공급하고 하반기 중 약 3만8000호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를 모집, 입주를 진행한다.
결혼 대책으로 혼인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예비부부들의 결혼비용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현재는 부모·조부모 등이 성인 자녀·손주 등 직계비속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자녀 1인당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을 넘기면 과세표준별로 10~50%의 세금을 내야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착륙을 위해 건설사 대상 PF 대출보증 요건을 완화한다. 예컨대 미분양 PF 대출보증 심사 시 분양가 할인 외에도 무료 발코니 확장 자구노력도 반영하는 방식이다.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도 지원한다. 부동산 PF 관련 대출 미회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80%에서 90%로 상향 조정한다.
■ 영세상인 세액공제 연장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은 하반기에 최대한 자제하고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기를 나눠 올리기로 했다. 압축천연가스(CNG) 연동보조금을 새로 만들고 경유 유가 연동보조금은 재시행한다. 다음달까지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는 8월 이후 국제유가 상황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올해 말 종료되는 영세 음식점에 대한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공제율 확대는 일몰 연장을 추진한다. 중기·소상공인은 수도요금 감면도 지원할 계획이다. 원가 부담을 줄여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다는 취지다.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은 최소화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은 5% 내외로 인하를 추진한다. 저렴한 알뜰폰 5G 중간구간 요금제를 출시하고 전기·가스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캐시백’ 지원도 지속 확대한다. 2학기 대학 학자금 대출금리를 1.7%로 동결하고 중·고등학생의 교복·생활복 구입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장체험학습비 지원도 확대한다.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관광·소비도 유도한다. 9월에는 중소기업 제품 소비촉진 행사인 동행축제를 연다. 이때 대형마트·백화점 등과 연계한 대규모 할인 행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야간관광 특화도시 숙박과 연계한 KTX·SRT 할인도 마련된다. 여행 비수기인 11월에는 숙박(3만원) 쿠폰 약 30만장을 푼다.
관광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에어비앤비 등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 지역을 현재 서울 한 곳에서 부산을 추가해 확대한다. 내국인 공유숙박을 연내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업에 대한 지원은 대거 늘릴 방침이다. 기업 지원을 통해 수출·투자를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첨단전략산업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기 위해 유턴기업(국내 복귀 기업)에 대해선 최소 외국인 투자 수준으로 지원을 강화한다. 벤처업계 지원을 위한 ‘벤처 활성화 3법’ 개정도 추진한다.
가업승계 세제도 완화된다.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고, 증여세 특례 저율(10%) 과세 구간을 현재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5배 상향했다. 저출생 대응을 위해 이민정책을 개편한다. 숙련된 외국 인력 공급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인구 감소 지역은 비대면진료 제도화, 토지이용규제 개선 등 획기적인 규제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기웅·최희진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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