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 없는 “카르텔” 낙인…협치와는 담 쌓는 윤 대통령
‘공급자 담합’ 뜻하는 카르텔
정치 입문 때 첫 언급 이후로
‘타파 대상’ 찍을 때 자주 언급
노조·시민단체·태양광 이어
사교육·공직자 등에도 낙인
‘전관예우’ 법조는 언급 없어
집권 2년차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 대상을 ‘카르텔’로 규정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태양광 사업에 이어 최근엔 그 대상이 사교육 업체, 공직자 등으로 넓어졌다. “가차 없이 싸우라”는 주문도 늘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반대 세력을 카르텔로 낙인찍어 협치와 더 멀어질 것이란 우려와 가장 심각한 카르텔인 법조 카르텔은 언급하지 않는 이율배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이권 카르텔은 외견상 그럴듯하게 보여도 손쉽고 편리하게, 지속적으로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특정 산업의 독과점 주주, 정부 보조금을 나눠 먹게 되는 이권 카르텔의 부당 이득을 예산에서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해 낱낱이 걷어내야 한다”고 했다.
카르텔은 ‘공급자 담합’을 뜻하는 경제용어인데,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정치 참여를 선언하면서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 이권 카르텔이 권력을 사유화했다”고 말한 이래 정치적 반대 세력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해왔다. 취임 후에도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전임 정부를 때릴 때 카르텔이라 지칭했다. 지난해 9월15일 문재인 정부 태양광 사업 비리에 대해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에 쓰일 돈이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돼 개탄스럽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지난 5월 이후엔 윤 대통령의 카르텔 언급 횟수와 대상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15일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인가”, 지난달 29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을 외면하거나 손잡는 공직자는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교육 업체와 공직자들을 도마에 올렸다. 급기야 지난 3일 신임 차관들과 오찬을 하면서는 “우리는 반카르텔 정부”라고 선언했다.
최근엔 단순히 카르텔이 문제라는 지적을 넘어 카르텔에 맞서 싸우라는 주문이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든 공직자는 이(카르텔)와 맞서기를 두려워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전날 신임 차관들에겐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특수통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카르텔이란 적을 상정하고 타파하는 식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법조계 출신 의원은 이날 “구속할 대상을 상정하고 구속시키면 성공하는 특수부 수사와 내 걸 양보하고 타협해서라도 합의를 이루는 정치가 다른데, 대통령이 검찰총장 스타일로 국정을 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카르텔이라는 말에 꽂혀서 아무 때나 막 오용·남용하시는 것 같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하고 윤석열 정부의 카르텔 청산하고 비슷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전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적폐 청산을 주도한 사람이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카르텔 청산에서 전관예우로 대표되는 법조 카르텔을 빼놓은 것에 대해 ‘선택적 비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최대 이익 카르텔은 법조 카르텔과 금융 마피아”라며 “큰 도둑 잡지 않고, 좀도둑 잡겠다고 큰소리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조미덥·이두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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