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K컬처 열풍, 韓 관광산업에 기회… 스토리로 매력 부각할 것” [세계초대석]
12만명 찾은 BTS페스타 등 K문화 큰 힘
한류 테마코스 51선 등 발굴 홍보 집중
‘뜨는 시장’ 마이스·웰니스관광 새 먹거리
여행수지 적자 대응… 국내 상품도 다양화
공유 숙박·전세차량 규제 타파 지원 시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3년 가까이 움츠렸던 한국 관광산업이 드디어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최근 방탄소년단(BTS)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을 앞세운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에 오고 싶은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등 ‘K관광’ 역시 엄청난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중요한 미래 산업으로 떠오른 K관광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 한국관광공사다. 지난해 10월부터 관광공사를 이끄는 김장실(67) 사장을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만나 K관광의 현실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4월 말까지 올해 방한 외래 관광객이 260만명을 넘어 2019년 동기간 대비 47.5% 수준까지 회복됐다. 연말까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2019년 대비 60% 수준 이상으로 회복해야 올해 목표인 1000만명이 달성된다. 이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외 지사 33곳의 지사장 회의 등을 통해 지역별 특성에 따른 관광객 유치 전략을 수립해 목표를 달성해 볼 생각이다.”
―지난달에는 BTS 데뷔 10주년 페스타에 외국인이 몰리는 등 K컬처가 K관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언론 보도로는 외국인이 12만명 왔다고 하는데 더 많을 것 같은 생각이다. 호텔업자들에게 물어보니 BTS 페스타로 전월 대비 예약률이 13%가 늘었다고 한다. 한류를 모멘텀으로 하는 관광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하반기에도 대규모 K팝 콘서트가 예정돼 있는 등 대형 K컬처 이벤트가 연중 이어지도록 준비하고 있어 외래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컬처가 2023년부터 내년까지 진행 중인 ‘한국 방문의 해’ 캠페인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AI 등 과학기술 변화가 인간의 삶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일을 하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 하고 대부분 쉬게 될 수 있다. 그래서 관광이 미래 산업으로서는 부각되고 있다. 당장 관광 분야에서 간단한 여행 정보를 알아보는 것부터 민원 응대 등은 AI 활용이 즉시 가능하다. 그리고 통역 서비스와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여행 안내 등 여행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렇듯 AI를 한국 관광 서비스에 도입해 관광도 혁신 성장할 수 있도록 해 볼 생각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웰니스 관광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스 관광객 1인당 소비지출액이 2397달러로 일반 외래 관광객의 1239달러보다 1.9배 높다. 경제적인 파급 효과도 크고 국가나 지역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일례로 5월 인천 송도에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는 회원국 재무장관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물론 학계, 재계, 언론계 인사 등 5000명이 왔다. 같은 달에는 미국 헬스사이언스기업 유사나(USANA) 임직원 1만1000여명이 일산 킨텍스에서 행사를 가졌다. 그래서 더 많은 마이스 행사 유치를 위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단체와 인사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많이 하고 있다. 1988 서울 올림픽이나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사람들이 대형 이벤트를 잘 유치해 내지 않는가. 2030 부산 엑스포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지만 지금 많이 추격한 것으로 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도 우리에게 행사 유치를 해보겠다고 많이 연락이 온다. 각종 행사 유치에 관광공사가 앞장서겠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 관광 수지 적자 폭이 너무 크다.
“너무 안타깝다. 우선 국내 관광 활성화가 중요하다.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났던 운동 중 하나가 ‘우리나라부터 먼저 보자’였다. 원래 영국은 귀족들이 프랑스어를 말하고 여행을 유럽 대륙으로 갔다. 산업혁명으로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자 운동을 벌여 청소년부터 스코틀랜드, 웨일스, 잉글랜드 일대를 체계적으로 여행하게 했다. 한국인들도 국내 곳곳에 정말 좋은 곳이 많은 데 이를 잘 모른다. 관광공사의 임무가 외래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도 있지만 국민이 국내 여행을 통해 행복감을 증진하는 것도 중요한 몫이다. 각종 할인 이벤트나 좋은 여행 정보 제공도 열심히 하겠다.”
―최근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의 타개책으로 관광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도심 공유 숙박업’은 관광진흥법상 외국인 관광객만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다. 공유 숙박이 도입된 220개 국가 중에 유일하게 내국인 이용이 불가능하다. 내국인 대상으로 180일까지 영업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 지금 계류 중인데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숙박업계의 요구사항 중 하나가 인력난을 대체할 외국인 고용 확대를 위한 비자 제도 완화다. 관광객이 늘어나니 호텔에서 요리하고 청소할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한데 일할 사람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숙박 쪽 말고도 바뀌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영업용 전세 차량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요즘 방한 관광객들은 개별 관광 혹은 소그룹이 대세다. 단체 관광이 주류였던 이전에는 대형 버스로 픽업을 하지만 요새는 15인승 이하의 수요가 많다. 하지만 현행 법률에는 16인승 미만은 전세 차량이 안 된다. 16인승 미만으로도 영업용 전세 차량을 확대하면 여행사들의 외래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비자 문제도 크다. 한국의 비자 정책이 너무 까다로워서 동남아 일부 국가 사람들은 마음이 상해 한국여행을 포기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일본의 경우 입국은 까다롭지 않게 하는 대신 불법 체류 시 이를 고용한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참고해 볼 만하다.”
―관광공사를 이끈 지 9개월이 넘었다. 그동안의 소회가 있다면.
“실제로 관광 업무를 담당해 보니 이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걸 느낀다. 특히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일이 점점 작아지면 문화·체육 콘텐츠 소비나 참여가 늘고 관광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요한 미래 산업인 관광 정책이 잘 만들어지면 40∼50년 뒤에 혜택을 받게 되니까 다음 세대를 위해서 발판을 잘 놓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다. 특히 자연이나 볼거리만이 아닌 ‘스토리텔링’을 통한 매력을 부각해야 관광 대국이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1956년 경남 남해 출생 ●영남대 행정학과 졸업(1979) ●제23회 행정고시(1979) ●서울대 행정학 석사(1981) ●하와이대 정치학 박사(1992) ●홍조근정훈장(1998)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2008∼2009) ●예술의전당 사장(2009∼2012) ●제19대 국회의원(2012∼2016) ●제26대 한국관광공사 사장(2022∼)
대담=송용준 문화체육부장, 정리=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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