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수업 이해 못 하는 다문화 학생들...학습결손 심각한데 대책 부족
<앵커>
국내 인구의 5% 가까이는 외국인 입니다.
그만큼 학교에선 '다문화 학생'들도 늘고 있는데요.
CJB는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어 학습 실태'에 대한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수업을 듣고 의사소통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한국어 실력을 갖춰야 하지만, 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매우 미흡한 게 현실인데요.
첫 순서로, 수업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통해 다 함께 문제점을 인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기훈 기잡니다.
<리포트>
청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국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주제는 고마움이나 미안함, 축하나 위로의 언어를 익히는 것입니다.
이 학급 20명 중 11명, 절반이 넘는 학생은 다문화 학생입니다.
한국인 학생들에겐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일상 대화를 통해 너무나 익숙한 표현입니다.
<현장음>
"어떤 상황?" (고마운 마음) "고마운 마음 그렇죠!"
하지만 다문화 학생들에겐 얘기가 다릅니다.
<현장음>
"보세요 아르쪼, 어떤 상황이에요 지금?" "..." "러시아어로 얘기해 봐 어떤 상황인지."
그림 카드 속 상황에선 고마움의 표현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한국어로 표현하자니 쉽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게임 수업, 선생님이 규칙을 설명합니다.
<현장음>
"(그림 카드가) 10장 있죠. 이 중에서 고마운 마음이 들 만한 상황이다라는 그림 카드를 들고 선생님께 나오면 됩니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될지를 말하면 돼요."
하지만, 이 규칙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다문화 학생들에게는 난관입니다.
교과서의 표현부터 선생님의 안내 사항까지, 다문화 학생들에게는 모든 과정이 생소합니다.
학급 절반이 넘는 학생 대부분이 이해력이나 사고력, 인지 능력과 상관없이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학습 결손을 겪게 되는 겁니다.
<인터뷰> 윤진우 / 청주 봉명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이 직접 사고를 할 수 있어야 되는 데 그 사고를 촉진시키는 건 결국 교사가 언어를 가장 주된 것으로 삼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언어가 안 되다 보니까 선생님이 이제 수업을 할 때 거기에 따라오기가 너무 힘든 거죠."
언어가 매개가 되는 대부분의 교과 수업에서 다문화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인터뷰> 이타이샤 / 청주 봉명초등학교 3학년
"(수업 시간에 뭐 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미술, 미술하고 체육. (그러면 미술, 체육 외에는 다 어려워요?) 네. 단어가 어려워요."
이런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 집중 학습을 위해 교육청에선 다문화 정책학교로 지정된 학교에 한국어 학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2~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고, 한글 자모음부터 기초 회화 정도를 배우면 일반 학급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입니다.
<부분 그래픽>
하지만 전교생의 53%, 절반 넘는 학생이 다문화 학생인 이 학교의 경우, 대상 학생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개별 학생 수준에 맞춘 한국어 학습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충북 전체로 보면 다문화 학생 7천4백여 명 중 중도입국과 외국인 가정 등 한국어 학급 대상 학생은 1천7백여 명인데, 운영되는 한국어 학급은 22곳으로, 한 학급 당 평균 80명 가까이 거쳐가는 상황입니다.//
학생 수는 많은데 기초 한국어 학습을 도울 인프라는 부족하다 보니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 결손은 누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희순 / 청주 봉명초등학교 교장
"학습 한국어가 되어야 하는데 교실에서 사회 시간이라든지 국어 시간에 학습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겪는 어려움이 있고, 그러다 보니 이 친구들은 그 시간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따라서 학습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자존감이 떨어지고 학습 참여도가 낮아지는 거예요."
다문화 학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학교 현장에선 기초 한국어 교육을 전담할 교실과 강사, 전문 기관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CJB 진기훈입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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