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대로’ 무너진 경제... 죽어가는 도시 연천 [경기북부도 경기도다]

박정열 기자 2023. 7. 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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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안보 희생... 각종 규제로 교통·생활 인프라 부재 수십년째
한때 호황 누린 곳 손님 뚝 매출 급락 “多 떠나고 노인만 남아”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인구가 적은 도시. 경기도의 최북단, 연천군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는 인구 10만명을 바라보며 지역경제가 호황을 누린 적도 있었지만,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는 각종 규제와 이로 인한 인프라의 부재, 인구 이탈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재기조차 꿈꿀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에 연천군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교통망 확충과 의료기관 유치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지역경제의 재부흥을 위해선 경기도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일보는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6·25전쟁 이후 70년 넘게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연천군의 지역경제를 재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70년 넘게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한 연천군이 각종 규제로 지역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전곡읍 전곡시장에서 한 상인이 한산한 가게 앞에 앉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조주현기자

“다 떠나고, 남은 건 노인뿐이에요. 이렇게 마을도 하나둘 사라지겠죠.”

4일 오전 10시께 연천군 연천읍 상리. 마을 입구에서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높이가 3m 정도 되는 낮은 건물이 즐비한 이곳 상권 일대에는 간판만 걸린 채 문이 닫힌 가게가 수두룩했다. 대부분의 건물은 족히 수년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마을을 둘러보는 1시간여 동안 이곳을 지나다니는 차량이나 사람조차 없어 마치 전쟁통을 연상케 했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김성순씨(89·여)는 “수십년 전만 해도 ‘지나가던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닌다’는 풍문이 돌 정도로 살기 좋은 동네였다”며 “학교나 병원 등 아무것도 없다 보니 하나둘 마을을 떠났다”고 푸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전곡읍 전곡시장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시장 인근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지만 한적한 모습이었고, 시장 내부에서도 상인 외의 사람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시장 한 편에선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권 침체가 익숙하다는 듯 상인 6명이 한자리에 모여 태연하게 담소를 나누며 서로를 달래는 모습도 포착됐다.

70년 넘게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연천군의 지역경제가 붕괴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인한 인프라 부재 등으로 인구이탈이 심화되면서 지역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연천군 전곡상권진흥센터에 따르면 전곡읍 일대 상권의 매출은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센터가 4개 상권(첫머리거리, 전곡전통시장, 중앙상가, 로데오거리) 상인 127명을 대상으로 매출 변동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줄었다고 답변한 상인들의 비율은 2018년 39%에서 2019년 46%, 2020년 66%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매출 하락폭도 2018년 14.1%→2019년 15.3%→2020년 36.6%로 점차 커졌다.

2020년 이후에는 지역경제 붕괴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상권의 침체가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라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특히 전곡읍 일대가 연천군의 최대 상권인 만큼 다른 지역들은 침체 속도가 더 빨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덕현 연천군수는 “연천군 주민들은 매일 DMZ를 베게 삼아 불안감을 덮고 밤잠을 청한다. 연천군은 수십년째 안보의 희생양이 됐음에도 더 이상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며 “지역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의 완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정열 기자 pjy3540@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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