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강압 허위 수사에 의한 위조된 사건"

2023. 7. 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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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영상 진술 녹화 증거 제시 '수사 부당성' 주장

[임채민 기자(=광주)(pa7499@naver.com)]
지난 2009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이 '검사와 조사관의 강압 허위 수사에 위조된 사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녀의 법률 대리인은 허위 자백 강요와 조서 왜곡 등으로 검찰의 수사 과정 전반이 위법했다고 주장하면서 재심 개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주고등법원 제2-2형사부(오영상·박정훈·박성윤 고법판사)는 4일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형을 확정 받아 재소 중인 아버지 백모씨(73)와 딸 백모씨(39)에 대한 재심 심문기일을 열었다.

▲광주고등법원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2009년 7월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나눠마신 백씨의 아내인 최모씨를 포함해 2명을 살해하고, 주민 2명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았다.

이들 부녀가 15년 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 발표로 국민 공분을 받으면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씨 부녀는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는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온 백씨 부녀의 자백이 유죄 판결의 결정적 증거였다.

그러나 1심 재판부터 백씨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백 내용을 번복했다.

이날 재판에선 백씨 부녀를 상대로 검사와 조사관이 진술을 받는 모습이 담긴 녹화 영상이 공개됐다.

조사관은 청산가리의 생김새를 설명하지 못하는 딸 백씨에게 답변을 알려줬다.

청산가리를 구매하는 과정을 묻는 과정에서도 "신문지에다가 가루를 포장하면 안되지. 청산가루는 비닐에다 싸야지. 신문지에 쌓여, 신문지 조각에 쌓여 검정 비닐에 담긴 청간가리를 샀다. 이게 맞지?"라고 대답을 강요했고 백씨는 "네"라는 말만 반복했다.

특히 조사관은 "아버지가 지금 너한테 다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 아빠한테 넌 사건의 도구일 뿐이다. 내가 아빠라면 딸을 감싸면서 내가 했다고 했을거다. 네가 말을 안 하더라도 조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자백을 강요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정신감정 결과 백씨는 지적 능력이 평균 하 수준으로 판단되며 질문에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인과 다투던 중 머리에 아이스크림이 묻었다는 이유로 병원비를 요구하는 상대방에 10여차례에 걸쳐 금품울 줄 정도"라며 "수사기관은 백씨의 이런 모습과 백씨 부녀 사이를 기망, 이간질해 조서를 꾸몄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백씨의 지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 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고, 허위 자백 강요로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위장시켰다. 검찰이 머리 속으로 꾸민 시나리오를 백씨에게 강요하는 영상만 10시간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아버지 백씨에 대한 수사기관의 허위 자백 강요 영상도 이날 재생됐다.

박 변호사는 "백씨는 본인 주민등록번호도 모르고 한글도 쓸 줄 모르지만 수사기관이 제출해 유죄 증거가 된 자필 진술서는 오탈자 하나 없었다"며 "대필 진술서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 교도관에게 직접 가 진술서를 작성했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수사기관은 백씨가 하지도 않은 말들을 조서에 자백 진술로 적어놨다. 읽을 줄도 모르는 조서를 보게 하면서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을 '왜 그 때는 이렇게 말했느냐'는 추궁을 반복하는 수사가 도대체 무슨 수사냐"며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사건인데 수사기관이 악랄하게 범행 동기를 꾸미고 피해자 가족들을 무기징역범으로 만들어놨다. 해당 사건에 대한 재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씨 부녀의 재심 절차와 관련한 마지막 심문기일은 오는 8월 8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마지막 기일에서는 변호인 최종 진술과 검찰의 영상 녹화물 증거 조사를 한다.

[임채민 기자(=광주)(pa74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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