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겹겹이 쌓인 연천군…“지역 소멸 위기” [경기북부도 경기도다]
각종 규제 지역발전 걸림돌… 정부 차원 대책 시급
연천군의 지역경제가 무너지면서 도시가 생기를 잃어 가고 있다. 지역 전체는 각종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연천군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상황이 점차 악화되면서 청년층은 연천을 떠났고, 연천군은 점점 나이 들어가고 있다. 이젠 연천군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머지않아 지역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동욱 전곡상권진흥센터장은 “연천군의 지역경제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라며 “연천군과 유관기관, 주민들이 모두 합심해 지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역경제 침체를 늦추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토로했다.
■ 겹겹이 쌓인 규제에... 죽어 가는 연천군
연천군은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돼 있다. 성장관리권역은 ‘과밀억제권역으로부터 이전하는 인구와 산업을 계획적으로 유치하고 산업입지와 도시개발을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 학교, 공공청사, 연수시설 등의 신·증설 허가가 제한된다. 여기엔 수원특례시를 비롯해 평택시, 화성시, 오산시, 안산시 등도 포함되는데 인구 유입이 꾸준한 지역들로 현재 연천군과는 상황이 사뭇 다른 지역이다.
또 연천군은 전체 면적 676㎢의 95%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민간인의 출입이나 건축 등 군사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지역인데, 연천군의 지역 발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규제 중 하나다.
여기에다 연천군은 구석기 유적지까지 있어 곳곳이 문화재보호법으로 개발을 제한받고 있으며, 경기 북부지역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는 한탄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수질오염총량관리제까지 적용받고 있다.
■ 중첩 규제... 구축할 수 없는 인프라
각종 규제가 중첩돼 있는 연천군은 그야말로 어떤 개발조차 추진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에도 애를 먹고 있다.
우선 연천군은 경기도에서 손에 꼽힐 만큼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역임에도 그 흔한 종합병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종합병원을 가기 위해선 의정부까지 가야 하고, 대학병원을 가기 위해선 서울까지 나가야 한다. 연천군민들은 이를 두고 ‘아프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골든타임을 벗어난 지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년층 유입의 중요한 요소인 교육 인프라도 열악하다. 연천군에는 13개의 초등학교와 6개의 중학교가 있지만 고등학교는 단 두 곳뿐이다. 자녀가 고등교육을 받을 시기가 되면 연천군을 떠나야 할 요인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들도 연천군에 사업장을 두기를 꺼린다. 2021년 기준 연천군에 등록된 사업체는 총 1천585곳으로 경기도 전체 사업체(52만1천991곳)의 0.3%만 위치해 있다. 더욱이 이 중 10인 미만 영세 사업체가 1천322곳으로 전체의 83.4%를 차지하며, 단 2곳(100~199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종사자 100인 미만의 소규모 업체다.
■ 인구 줄어드는데... 고령층↑청년층↓
이 같은 상황 탓에 40년 전 인구가 8만명을 넘어섰던 연천군의 인구 수는 최근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지난 10년간 연천군의 인구 수를 보면 2013년 4만5천610명에서 2018년 4만4천명대(4만4천633명)로 줄어들었고, 2019년에는 4만3천824명까지 감소했다. 급기야 2021년에는 4만2천명대(4만2천721명)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간신히 4만2천명대(4만2천62명)를 유지했다. 올해는 4만2천명대마저 붕괴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고령화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1만6천195명이던 연천군의 청년층(0~34세) 인구는 매년 내리막길을 걸으며 이듬해 1만6천명대 붕괴, 2018년 1만5천명대가 깨진 뒤 지난해 1만2천211명까지 떨어졌다. 지금의 감소 추세라면 올해는 1만1천명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령층(65세 이상)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13년 9천594명이던 연천군의 고령층 인구는 2015년 1만명대(1만30명)에 진입한 뒤 2020년에는 1만1천명대(1만1천490명), 지난해에는 1만2천319명까지 늘었다.
■ 출산 줄고... 지역 사라질 수도
청년층의 지역 이탈은 자연스럽게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또 지역소멸 우려를 낳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천군에서는 168명의 아이가 출생신고됐다. 31개 시·군 중 가장 적은 아이가 태어난 지역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200명이 되지 않은 도내 시·군은 연천군을 제외하면 가평군(198명)뿐이다.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다.
연천군의 인구소멸지수를 보면 2000년도까지만 해도 정상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지수는 만 20~39세 여성인구 수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를 나눈 수치로 1.0~1.5 미만이면 정상지역, 0.5~1.0이면 주의 단계, 0.2~0.5면 위험 진입, 0.2 미만이면 고위험 단계로 본다.
하지만 인구 이탈과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2010년에는 주의 단계에 진입, 2020년부터는 위험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이와 관련, 소성규 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대진대 교수)은 “연천군은 현재 상황과 맞지 않은 케케묵은 규제가 겹겹이 쌓인 채 지역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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