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깡통보고서..IAEA, 검증 책임 사실상 방기”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야당은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데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IAEA의 독자적인 검증이 아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과 상상만을 받아 쓴 깡통보고서”라고 했다. 정의당은 “과학적 확실성보다는 정치적 편향성의 우려가 더 커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핵폐수의 안전성 검증 없는 깡통보고서”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여러 전문가와 검토한 결과, ‘후쿠시마 핵폐수 안전성 검증 못한 깡통 보고서’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IAEA는 국제기구로서 독자적이고 후쿠시마 핵폐수 안전성 검증 책임을 사실상 방기했다”고 했다.

대책위는 “오늘 보고서로 유일하게 확인된 사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 결정과 배출에 대한 책임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의견을 받아 쓰고 책임은 모두 일본에게 있다고 말하는 깡통보고서에 윤석열 정부는 국민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적되었던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최종보고서에는 측정·확인설비, 환승시설, 희석설비, 배출시설에 대한 검토 및 평가만이 있을 뿐, 정작 후쿠시마 핵폐수를 정화한다는 ALPS에 대한 성능 검증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IAEA는 그동안 지적되어 온 일반안전지침 GSG-8, 9 위반 등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 확보, 최적 대안 여부에 대해서 검토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의도된 오염수 유출, 방류시설의 고장으로 인한 비계획적인 유출 등에 대한 검토마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의 모든 내용이 계획하에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상상된 전제하에서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쟁을 위해 선전선동한다 한들 귀 기울일 이는 없을 뿐더러, 오히려 국제적 망신만 초래할 뿐”이라는 등 IAEA 검증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 데 대해 반발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은 이날 회견에 참석해 관련 질문을 받고 “보고서도 읽지 않고 권위 있는 기관이라 얘기하는 IAEA 뒤에 숨어서 자기들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속적으로 (후쿠시마) 청문회 개최에 대해서 협의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야당으로라도, 야당끼리라도 청문회 개최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내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당의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정의당은 IAEA 보고서와 정부 입장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 대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원내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전 측면에서 여전히 검증이 부족하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해양투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회피한 채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하는 애매모호한 말로 핵오염수 해양투기의 명분부터 만들어주려는 IAEA 보고서는 과학적 확실성보다는 정치적 편향성의 우려가 더 커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여야 인사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모인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초당적 국민대책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실험을 하고 결론을 내어야 과학이지 결론을 내려 놓고 그에 맞는 실험을 하는게 과학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지금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착각이다”라면서 “정부는 지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85%의 국민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