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지휘봉 잡은 로봇…완벽한 박자, 교감은 과제
[EBS 뉴스]
서현아 앵커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예술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죠.
최근엔 국내 최초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선 관혁악 공연이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여미순 악장님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네 안녕하세요.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 여미순입니다.
현재 공석인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직무대리를 겸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예 반갑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아주 혁신적인 무대가 열렸습니다.
'부재'라는 제목이었는데요.
이 공연에서 로봇이 지휘자로 무대에 올랐다고요?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네 '부재'는 로봇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위에 도전하는 그런 공연이었고요.
예술의 영역에서 과학기술이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는 의미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 과학기술이 대체하지 못하는 또 예술의 영역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지휘 분야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겨졌는데요.
무대 자체가 굉장히 새로운 실험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공연 제목이 '부재'인 이유는 뭐였습니까?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재'는 말 그대로 무대 위에 지휘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지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저희가 여겨왔기에 로봇이 지휘자로 무대에 선다면 그 무대에는 사람 지휘자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휘자를 찾아가는, 그 부재를 통해서 지휘자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지휘자의 부재를 통해서 역으로 지휘자의 존재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았다, 그렇다면 에버6가 지휘한 곡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떤 기준을 갖고 선정하셨습니까?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에버6는 아주 빠르고 반복적인 동작을 오류 없이 수행을 할 수는 있지만 갑작스러운 박자나 속도 변화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저희가 주목을 했고요.
그래서 저희 악단이 연주하고 있는 많은 음악들 중에서 박자가 일정하고 또 속도 변화가 거의 없는 곡을 중심으로 선곡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람과 또 이 에버6가 함께 지휘해서 완성한 즉흥곡도 있었는데요.
에버6는 이 곡에서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신작 '감'이라는 곡인데요, 이 곡은 정해진 시나리오나 악보가 없는 그런 곡이고요.
최수열 지휘자가 연주자들과 실시간으로 지휘나 표정, 몸짓 등을 통해서 연주자들하고 교감을 하면서 음악을 만들어갈 때 에버6는 곡이 연주되는 동안 일정한 속도와 박자로 패턴 지휘를 도와주었고요.
매번 연습할 때마다 다른 결과로 이어졌지만 에버6만큼은 정해진 박자로 또 연주가 패턴을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을 줬다라고 할 수 있고요.
'감' 연주는 저도 연주에 참여를 했었는데 연습 때보다 공연이 굉장히 좋은 공연으로 성공적인 결과로 마쳤다고 생각이 되고요.
또 작곡자가 의도한 대로 지휘자와 연주자 모두 짧은 시간 내에 감을 하고 또 공감대를 만들어서 눈치를 보거나 혹은 또 눈치를 보지 않거나 하는 등의 행위로 기발한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아직은 에버6가 사람들이라든지 또 연주자들과 교감하는 것은 어려운 면이 있겠지만 그래도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에버6가 아직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어서 무대 오케스트라 피트를 통해서 등장을 했거든요.
피트가 올라오면서 관객들이 에버6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객석에서 웅성웅성하고 그런 소리가 들렸는데 저도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우아하는 좀 신기한 듯한 모습으로 저한테는 비춰졌고요.
에버6가 돌아서 관객들한테 인사를 할 때 그때 굉장히 우리와 같은 박수가 많이 터져 나왔어요.
특히 신작 감을 연주할 때는 최수열 지휘자가 나란히 등장해서 함께 인사를 하고 단원들을 향해서 지휘하는 앞 모습을 객석에 함께 생중계 되었었는데 그때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관객들도 에버6가 잘 해내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지금 화면으로 보기에도 그 같은 응원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에버6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제작을 했는데요, 지휘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는지도 궁금한데요?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악단에서 준비한 로봇학습 지휘자의 모션 캡처를 통해 지휘 동작을 데이터화 하였고, 또 저도 좀 생소하긴 한데 모션캡쳐 데이터를 로봇의 크기 및 관절에 맞춰 변환하기 위해 모션 리타겟팅이라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에버6와 함께 연주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이었습니까?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첫 연습으로 제가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많은 지휘자들하고 작업을 할 때 첫 연습 때는 곡을 연주 연습을 하다가 멈추기도 하고 또 악보에 제시된 빠른 템포가 나왔을 때 좀 늦게 연주 연습을 하기도 하는데 에버6는 일단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는 일단 한 번 가야 되는 거구요.
정확한 제시된 속도대로 아주 빠르게 연주 지휘를 하는 모습에서 저희가 굉장히 따라가기가 좀 바빴었어요.
그래서 연습을 끝나고 단원들이 에버식스 굉장히 강직하고 소신 있는 지휘자가 아닌가라는 유쾌한 농담들을 주고받으면서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서현아 앵커
강직하고 소신 있는 지휘자, 그렇다면 이 에버식스와 같은 로봇 기술이 앞으로 지휘자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을까요?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아마 빠른 시일 내에는 불가능할 것 같고요.
생성용 AI기술 또 수많은 학습 데이터 기반으로 에버6가 스스로 듣고 판단해서 연주자에게 음악적 지시를 하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는 듣기는 했는데 아마 그렇게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와의 소통과 교감, 제안과 설득의 과정은 사람 지휘자만이 아마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번 에버6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네 그런 질문들을 되게 많이 받았는데요.
투입 비용 대비 효과성을 생각하고 또 실효성이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예술은 그런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삶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저는 믿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공연이 과학 기술의 발전과 공존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또 과학기술은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는지 또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지라는 질문을 던진 것에 아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기술과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어느 정도 해법을 찾아봤던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요즘 굉장히 첨단 기술이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예술의 영역에서만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부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더 많은 변화가 있어서 얼마만큼 예술에 더 한 발 걸음 더 다가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역시 예술의 영역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은 로봇이나 AI가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거기에 의미를 두고 이번 공연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인간의 역할에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네요.
분명히 한계는 있겠지만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누리는 문화와 예술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여미순 악장·예술감독 직무대리 / 국립국악관현악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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