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5000만원→1억5000만원 추진
“결혼 적령기를 훌쩍 지난 아들이 전셋값이 없어 결혼 못 하겠다고 합니다. 우리 아들뿐이겠습니까. 부모가 자식들 전셋값을 좀 더 지원할 수 있도록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이렇게 하소연했다. 자녀에 대한 증여세 공제한도는 2014년 5000만원으로 정해진 뒤 10년 가까이 변하지 않았다. 그동안 집값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공제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직 장관은 “부모들이 전셋값 지원을 통해 자녀들을 빨리 결혼하도록 돕는 것이 수백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부모 세대에게 집중된 부(富)를 자녀 세대로 이전하는 방안을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담았다. 우선 자녀의 결혼 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결혼하는 자녀에 대한 증여세 공제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신랑과 신부가 최대 1억5000만원씩 총 3억원의 전세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제가 태어난 (1960년대) 시점엔 한 해 100만명이 태어났는데, 최근 25만명 정도로 줄었기 때문에 결혼·출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차별 문제 등 여러 사항을 감안해서 상향 금액 등은 여론 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를 확정하지 않고 검토 중이라고 밝힌 까닭은 전셋값을 둘러싸고 서울과 지방 간에 온도차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전셋값 평균이 6억원일 정도로 높지만, 지방에선 1억원 미만으로도 20평형대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또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이 없는 ‘흙수저’들의 박탈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숙원 사업도 부의 이전과 관련됐다. 부쩍 빨라진 기업 고령화 속도를 감안해 자식들이 가업을 계속 이을 수 있도록 증여세 연부연납(분할 납부) 기한을 기존 5년에서 20년으로 늘려주고, 기존에 증여세 특례 저율 과세인 10%가 적용되는 증여세 재산가액 한도도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려 세(稅)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상속 가업의 업종 변경 제한도 완화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에선 수도꼭지를 금속으로 만들던 기업이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며 “상속인이 가업을 물려받은 뒤 사후 관리 기간인 5년간 같은 업종에서 사업 내용을 변경해도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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