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속옷 안 입어도 돼”... 140년 전통 깬 윔블던
“생리 현상 걱정 안해도 돼 다행”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윔블던에는 유명한 전통이 있다. 선수들이 흰색 옷만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자, 양말, 팔목밴드, 라켓 손잡이까지 흰색으로 통일해야 한다. 이는 더러운 땀 자국이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며 1880년대에 정립된 전통이다. 1990년대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가 데뷔 초 이에 반발해 1988~1990년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윔블던 대회의 상징으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런 윔블던의 ‘순백(純白) 전통’에 140여년 만에 예외가 생겼다. 지난 3일 개막한 올해 대회부터 여성 선수들에게 바지 혹은 치마보다 길지 않다는 조건 하에 흰색이 아닌 어두운(dark) 색 속바지를 허용했다. 이는 흰색 속바지 착용을 강제할 경우, 대회 기간에 생리가 겹친 여성 선수들이 격렬한 움직임 도중 생리혈이 흰옷에 묻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온 건 2007년부터였다. 그해 대회에서 루마니아 선수 미하엘라 부저르네스쿠가 전통을 깨고 빨간 속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당시에는 속옷 관련 명문 규정이 없어서 제재하지 않았다. 대회 전통을 따라야한다는 주장과 속옷까지 규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윔블던을 주관하는 전영(全英) 클럽은 2014년 “속옷을 포함해 경기 중 눈에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이 흰색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대회 전통을 내세우기 위해 지나친 규제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작년엔 흰색 상의에 빨간 바지를 입은 시위대가 대회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윔블던은 올해 대회부터 여성 속옷에 한해 예외를 허용했다.
선수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회 첫날 검정 속바지를 입고 나온 빅토리아 아자렌카(세계 랭킹 20위·벨라루스)는 “매우 사려 깊은 결정이다. 전에는 복장 규정 때문에 곤란하고 불편한 상황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코코 고프(4위·미국)는 “작년 대회 때 생리가 겹쳤는데, 수시로 화장실에서 옷에 피가 묻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했다”며 “규정이 바뀌어서 크게 안심이 된다”고 했다. 반면 복장 규정 완화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거란 우려도 있다. 지난해 윔블던 여자 단식 준우승자 온스 자베르(세계 6위·튀니지)는 “유색 속옷을 입으면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수들 모두가 흰색이 아닌 속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3일 펼쳐진 1회전 경기에서 남녀 단식 강호들이 나란히 순항했다. 윔블던 남자 단식 5연패를 노리는 노바크 조코비치(세계 2위·세르비아)가 페드로 카친(68위·아르헨티나)을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꺾었고, 조코비치와 지난달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격돌했던 카스페르 루드(4위·노르웨이)는 로랑 로콜리(199위·프랑스)를 3대1로 눌렀다. 여자 단식 최강자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는 주린(34위·중국)을 2대0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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