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찔끔 수정'…시한 넘겨도 기싸움만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7. 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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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원안서 0.7% 낮춰
시급 1만2130원 수정안 제시
경영계는 0.3% 올려 9650원
올해도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최저임금 결정될 가능성 커져
4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양측이 처음 수정안을 내놨지만 원안과 차이가 없어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실상 '찔끔 수정안'에 불과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재수정안 제출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처럼 공익위원의 중재안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임위는 최근 9년간 6번을 이 같은 방식으로 결정했다.

4일 고용노동부 산하 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노동계는 수정안으로 시급 1만2130원을 제출했다. 월급(월 209시간 노동 기준)으로 환산하면 253만517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월급 201만580원)보다는 26.1% 높고 최초 요구안보다는 0.7% 낮은 수준이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활용하는 기초 자료인 비혼 단신 근로자 월평균 실태 생계비 시급 1만1537원(월급 241만1320원)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것이다.

영세 사업장의 임금 지급 능력과 최저임금 인상률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생산성 증가율, 뚜렷하지 않은 소득 분배 개선 효과 등을 근거로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경영계는 수정안으로 시급 9650원(월급 201만6850원)을 제시했다. 최초안과 비교해 0.3% 올린 금액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영세 사업장과 소상공인 입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수정안에서도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임위는 재수정안 제출을 요구할 전망이다. 노사가 평행선을 계속 그릴 경우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될 수 있다. 최임위는 지난해에도 심의 촉진구간 중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을 뺀 수치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확정했다. 이미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긴 최임위이지만 남은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고용부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최임위 운영 과정에서 독립성 침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이 9800원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 인용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임위에 공식 입장을 낼 것을 촉구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정부가 최임위에 모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익명으로 보도되는 관계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존재하더라도) 개인적 견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공익위원은 공정한 조정자이자 결정 당사자로서, 노사가 자율적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최종 순간까지 개입을 최대한 자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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