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도 전부터 불꽃 신경전…“이러다 큰일 나는거 아닌가”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2023. 7. 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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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홍콩 여행자제 권고
“미국인, 부당 구금될 수도”
중국의 방첩법 강화에 우려
“中기업 美클라우드 금지 추진”
中 반도체 희귀금속 수출통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불가”
옐런, 주미中대사 만나 조율
“거시경제·금융 협력 중요”
오는 6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양국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간첩법(방첩법) 강화에 따른 미국인의 부당 구금을 우려하며 중국 여행 주의를 안내했고, 중국은 반도체용 희귀금속 수출통제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에 맞불을 놨다.

이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시킨데 이어, 클라우드 사용까지 금지시키려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AI 연구를 완전히 차단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어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AI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WSJ는 “아마존, 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첨단 AI 반도체가 들어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국기업에 제공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한다”며 “이런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엔비디아처럼 아마존, MS 등 미국기업 들의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오는 6∼9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가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류쿤 재정부장 등을 만날 계획이다. 또 중국 경제 부문 최고 책임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옐런 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면담 여부는 미지수다.

옐런 장관은 연초부터 방중을 추진했지만 중국 정찰풍선 사태 등을 이유로 연기했다가 이번에 확정했다. 옐런 장관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찾는 두 번째 장관급 인사다. 앞서 지난 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에 이어 시 주석과 면담하면서 전략적 소통채널 유지에 합의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중 관계 해빙 기대를 높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옐런 장관은 중국의 강화된 방첩법에 대한 우려도 전달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 1일부터 간첩행위에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을 추가한 개정된 방첩법을 시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자국민에게 중국의 자의적인 법시행과 부당한 구금 위험을 이유로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여행을 재고하라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최근 공지했다.

국무부는 “중국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없이 미국인과 타국 시민을 출국금지하는 등 현지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을 여행하거나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은 범죄 혐의에 대한 정보없이 영사 서비스도 받지 못하면서 구금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또 국무부는 “중국 당국이 광범위한 문서, 데이터 등을 국가기밀로 간주하고 외국인을 간첩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전자메시지 발신시 처벌 가능성 등도 제기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디리스킹을 겨냥해 8월 1일부터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지난 달 블링컨 장관의 방중 전에 중국이 미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을 판매금지 조치한 것과 유사하다.

중국 장시성 간저우 지역의 희토류 광산 [EPA=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일정 발표일 저녁에 기습적으로 수출통제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옐런 장관과의 회동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수출통제를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 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의 연구를 인용해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세계 공급량의 각각 94%, 83%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수준인 셈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치를 국가 안보와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수출 신청은 국무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와 갈등관계인 국가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출통제 조치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단행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재에 이어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통제 정책까지 내놓은 배경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철저히 막고 있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 네덜란드와 같은 동맹국에게도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팔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희귀 원자재’로 맞대응에 나섰선 것이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세계경제연구소 천펑잉 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일종의 대등한 반격 조치이자 국가안보와 이익을 지키는 일종의 방법”이라며 “국제적으로 많은 핵심적 희귀 금속이 중국으로부터 공급되는데, 왜 중국이 일부 서방 국가에 그것을 공급해 그들이 반도체를 만들어 중국의 목을 조이게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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