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제 식구 감싸기도 정도껏

2023. 7. 4. 20: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혈 낭자한 격투와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프로레슬링 무대.

"일단 분위기 띄우려고, 제가 가운데 치면서 들어갈게요"

하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각본과 화려한 액션으로 관중을 열광시키는 한 편의 드라마라는 사실을 커가면서 알게 되죠.

그런데 이런 짜고 치는 듯한 드라마는 어떠실까요.

지난 5월, 전북에서 교통 경찰관이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습니다.

그것도 음주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교통경찰이 말이지요. 멀쩡히 정차해 있는 차량을 들이받을 정도로 취한 상태였습니다.

쏟아지는 비난에, 전북 경찰청은 기강을 잡겠다며 '기습적'으로 경찰 직원들의 출근길 음주 단속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어쩐 일일까요. 단 1명도 적발되지 않는 아주 모범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엔 비결 아닌 비결이 있었으니 하루 전날, 경찰 내부 메신저를 통해 '내일 오전 7시 50분부터 정문에서 '출근길 숙취 점검'을 실시한다.'며 음주운전 단속 일정, 시간 장소까지 다 미리 알려 준 겁니다.

이 공지 글에는 '다른 직원들도 알 수 있게 전파를 부탁한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덧붙였죠.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단속은 불시에 하면서 직원들에게는 일정을 귀띔해 주다니요.

이런 친절한 서로의 동료애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그러니까 달랑 4개월 동안만, 음주운전으로 징계받은 경찰관은 벌써 23명이나 됩니다.

지난 4월 대전에서 9살 백 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안타까운 사고 후, 경찰은 출근길과 대낮에도 스쿨존과 식당가를 중심으로 단속해 음주운전을 근절하겠다고 공언했었죠?

그런데 뒤로는 짬짜미 해가며 보여주기식 단속쇼나 벌이고, 비난 여론을 덮어보려 꼼수를 부리다 더 큰 비판을 자초하고 있으니,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민중의 짐이라는 농담이 나올 만도 하죠.

프로레슬링은 동심을 부풀게 하고 재미라도 안겨줬죠. 경찰의 이벤트는 도대체 뭘 하자는 걸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제 식구 감싸기도 정도껏'이었습니다.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