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 화장실 세면대는 세면대가 아니다?…"출입문·좌변기 뜯어내라"

【 앵커멘트 】 "병실 안 화장실에 있는 세면대는 '병실 세면대'가 아닙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병원 입원실에는 관련법에 따라 '손 씻기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병실 안 화장실에 있는 세면대는 해당이 안 된다고 합니다. 부산의 한 병원이 병상 200개를 증설하고도 이런 황당한 규제 때문에 환자를 못 받고 있습니다. 안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부산의 한 병원의 입원실입니다.

밀려드는 환자를 받기 위해 최근 200여 병상을 증설했습니다.

그런데 병실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병실 내 손 씻기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관련 규정 때문입니다.

2017년 중증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병실 내 손 씻기 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병원 측은 모든 병실에 별도의 화장실을 만들고 세면대도 설치했는데, 관할 보건소는 이 시설은 '손 씻기 시설'이 아니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 스탠딩 : 안진우 / 기자 - "입원실 안에 있는 이런 화장실은 병실면적에서 제외돼 '손 씻기 시설'로 볼 수 없다는 게 보건당국의 입장입니다."

병실 내 벽이나 기둥, 화장실은 입원실의 면적에 포함되지 않아 '손 씻기 시설'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에 따른 겁니다.

▶ 인터뷰(☎) : 관할 보건소 관계자 - "변경 허가가 되려면 시설 규격에 준수해서, 현장에서 적합으로 확인돼야 허가가 날 것이고…. "

보건당국은 화장실의 출입문과 좌변기를 제거하면 화장실 공간도 병실에 포함되기 때문에 병실 내 세면대로 인정해 사용 승인이 가능하다는 입장.

반면, 병원 측은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고 사고 위험도 높다고 반발합니다.

▶ 인터뷰 : 김우택 / 병원 행정부장 - "밤에는 환자들이 (병실 안 세면대를) 사용하실 때 물에 미끄러져 2차적인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도…. (손소독제가) 각 병실, 복도에도 배치돼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규제를 위한 규제보다는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개선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MBN뉴스 안진우입니다. [tgar1@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규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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