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글쎄다
글쎄다
김재수
맛있게 밥 먹는 나를 보고
할아버지는
내 배가 부르다 한다
마른 논 물꼬에 콸콸
물 들어가는 걸 보시고
또 내 배가 부르다 한다
물은
마른 논에 들어가는데
왜 할아버지 배가 불러요?
허허
글쎄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
할아버지는 참 이상한 분이다. 밥 먹는 나를 보시고는 할아버지의 배가 부르다고 하신다. 어디 그 뿐인가?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걸 보시고도 할아버지의 배가 부르다고 하신다. 할아버지의 배는 도대체 어떻게 된 배일까? 아이는 궁금한 나머지 할아버지한테 묻는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웃기만 하신다.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한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아이는 그제야 할아버지의 말뜻을 알아차린다. 이 동시를 보았을 때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내가 밥 한 그릇을 비우면 그리 좋아하셨다. 배가 부르다고 말씀을 하시진 않았지만 그 이상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효도란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밥 한 그릇 잘 비워내는 것! 그게 바로 자라는 아이들의 효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외아들인 나는 부모님에게 걱정을 많이 끼쳐드린 불효자식이다. 사흘돌이로 아팠고, 걸핏하면 결석이었다. 내가 가장 받고 싶었던 상장은 우등상이 아니라 개근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 상을 받지 못한 채 초·중·고를 졸업했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밥 한 그릇은 여전히 부모님에게 효도다. 부모님의 배는 자식의 밥 한 그릇이면 그만인 것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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