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자M] 주차장 추격전 / 벌금 2조 원 ‘합헌’ / 태어나자마자 사망?

1. 주차장 추격전

[한범수] 주차장 추격전? 무슨 일이 있었죠?

[정태웅] 새벽 시간,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모습인데요.

[한범수] 경찰관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흩어져서 엄청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이리저리 도망치는 이들 잡으려고 하네요.

[정태웅] 이 정도면 추격전 맞죠? 결국, 도망치던 이들은 입구 지키고 있던 보안업체 직원에게 막혀 붙잡힙니다.

[한범수] 잡힌 사람들, 도대체 지하주차장에서 뭔 일을 한 건가요?

[정태웅] 고등학교를 중퇴한 10대 청소년 두 명이었는데요, 차량 문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접히잖아요. 안 접혀 있는 차량에 들어가 현금과 목걸이 등을 훔친 겁니다.

▶ 인터뷰(☎) : 아파트 보안업체 직원 - "야간 근무 서던 중에 수상한 남자 두 명이 차 주변 서성이는 걸 발견했고, 차 문을 여는 걸 명확하게 확인한 상태였어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출입구 통제를 했고요."

[정태웅] 이들은 과거 다른 전과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경찰은 지난달 29일 이들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범수] 사이드미러 안 접혀 있는, 문 잠기지 않은 차량 노린 절도사건, 계속 터지고 있습니다. 차주 분들 방심하면 안 되겠습니다.

2. 벌금 2조 원 '합헌'

[정태웅] 벌금 2조 원? 우리나라 법원이 이렇게 벌금 내렸다고요?

[한범수] 네, 3명 합쳐서 2조 원 벌금 내렸습니다. (어떤 사건이죠?) 윤 모 씨 등 3명, 지난 2015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수백 회에 걸쳐서 1kg 금괴 4만여 개를 밀반출했습니다. 한 돈짜리 금반지 1,000만 개 넘게 만들 수 있는 양이죠.

[정태웅] 지도가 나오네요. 금괴가 흘러간 경로군요. 홍콩에서 국내 공항 환승 구역을 거쳐서 일본으로 갔는데, 어쨌든 국내로 들어왔으니까 밀반출 혐의 적용이 가능했던 거군요?

[한범수] 맞습니다. 2조 원 정도 빼돌렸다고 하죠. 그러다가 결국 잡혔습니다. 2조 원 빼돌렸으니 2조 원 돌려놓으라고 추징금 명령 내려졌죠. 또 세 명 다 감옥 갔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세 명 합쳐서 2조 원 벌금형까지 더해진 거였습니다.

[정태웅] 이미 2조 원 상당 추징금 부과했잖아요. 그런데 벌금까지 이중으로 매긴 거네요?

[한범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가능합니다. 신고 없이 실어 나른 물품 원가가 5억 원이 넘으면, 원가만큼 벌금 물릴 수 있거든요.

[정태웅] 처음에 벌금 2조 원 합헌이라고 했었잖아요. 피고인들이 왜 벌금까지 물리냐고 항의했었나 보죠?

[한범수] 네, 헌법재판소에 이의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재판관 전원이 ‘합헌’ 판정 내렸습니다. 이 정도로 세게 경제적인 불이익을 줘야 범죄 의지가 꺾이지 않겠느냐는 논리였습니다.

[정태웅] 그렇군요. 그나저나 벌금 2조 원, 안 내고 버티면 어떻게 되나요?

[한범수] 최대 3년 동안 노역장에 갑니다. 하루 일하면 몇억 원씩 벌금 낸 것으로 쳐준다고 하죠. 피고인 윤 모 씨는 하루 6억 원 정도 탕감됩니다.

[정태웅] 저런 솜방망이 처벌로 벌금 감면해 주면, 헌재가 이중 처벌 가능하다고 판결해 준 의미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싶네요.

3. 태어나자마자 사망?

[정태웅] 태어나자마자 사망? 무슨 말이죠?

[한범수] 경남 김해시가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 보시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접수하신 사망신고가 처리 완료되어….'

[정태웅] 태어나자마자 숨진 아기가 있었나 보군요.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갑자기 이 얘기가 왜 나오는 거죠?

[한범수] 아기가 숨지지 않았는데, 이런 문자가 온 거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은 지난달 17일, 사흘 뒤 출생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26일 뜬금없이 사망신고가 마무리됐다고 연락이 온 거였죠.

[정태웅] 황당하네요. 전산 오류라도 난 건가요?

[한범수] 김해시청 직원이 실수한 거였습니다. 이혼, 출생, 사망신고 등을 하루 평균 마흔 건 정도 처리하는데, 수기로 입력한 문자 메시지로 결과를 알려주다 보니 실수가 생겼다고 합니다.

▶ 인터뷰(☎) : 김해시청 관계자 - "시스템상 자동으로 연동되는 게 아니고, 수기로 별도로 (메시지를) 입력해서 보내다 보니까 그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서에서 (담당 직원을) 별도로 징계까진 안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범수] 아이 부모님은 당일 주민센터부터 시청 본청까지 전화 돌리면서 몇 시간 날렸다고 합니다.

[정태웅] 공무원들이 담당자 아니라면서 '핑퐁' 했나 보죠? 출생신고 자체는 제대로 됐나요?

[한범수] 출생신고 자체는 잘 돼 있었습니다.

[정태웅] 아무튼, 실수할 게 따로 있죠. 이런 어이없는 행정 처리,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태웅 기자 [bigbear@mbn.co.kr] 한범수 기자 [han.beomsoo@mbn.co.kr]

영상편집 : 이유진 그래픽 :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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