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27. K-LCC의 사뭇 다른 광고 전략
FSC(Full Service Carrier) 방식의 기존항공사들은 자국과 전 세계의 잠재고객들을 대상으로 항공사의 이미지를 알린다.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TV, 신문, 잡지, 인터넷 광고 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프로축구팀의 유니폼도 광고매체로 활용한다. 반면 LCC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광고를 최대한 지양하고 대신 구전홍보, 게릴라마케팅, 코믹하거나 선정적인 이벤트 등으로 언론의 기사화를 유도해 관심을 유발하는 방법을 쓴다. 즉 LCC는 비용이 드는 광고보다는 광고의 1% 이하를 비용으로 쓰는 대중홍보(PR)를 주로 활용한다.
LCC가 미국에서 태동해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까지는 이 같은 광고 없는 대중홍보 전략이 유효했지만 아시아로 넘어오면서 정반대로 갔다. 아시아의 첫 LCC 에어아시아는 웬만한 FSC를 뛰어넘는 비용을 들여 공격적인 광고활동을 펼쳤다. 에어아시아 설립자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1882년 창단된 영국 프리미어리그 퀸즈 파크 레인저스(Queen's Park Rangers, QPR) FC를 사들여 구단주가 된 이후 QPR 선수들의 유니폼에 커다랗게 Air Asia 로고를 새겼다. QPR의 2012-2013 시즌에는 박지성 선수가 등번호 7번을 달고 뛰었다. 박지성 선수의 유니폼에서 에어아시아가 도드라져 보였다.
우리나라의 첫 LCC 제주항공 역시 설립 및 취항 초에 많은 돈을 광고비로 썼다. 2006년 6월 취항을 앞두고 LCC로서는 이례적으로 수억 원을 들여 영화배우 겸 탤런트 남상미와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신생항공사인 만큼 당시 떠오르는 스타모델을 사용하는 광고전략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친숙하며 발랄한 이미지가 제주항공의 콘셉트와 맞았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모델 남상미를 적극 활용하여 2006년 5월부터 취항을 알리는 신문광고를 수억 원을 들여 종합일간지, 경제지, 스포츠지까지 언론사 전체를 대상으로 수개월 내내 내보냈다. K-LCC 역사의 첫 광고 모델이자 첫 지면광고였다.
LCC답지 않은 파격적인 방식은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조차 모델을 쓰지 않았던 만큼 더 유별나 보였다. 제주항공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취항 준비과정에서 광고마케팅 만큼은 '비(非)LCC'로 가기로 정했다. 당시 기존항공사의 집중 견제 과정에서 LCC는 '저가항공사', '싸구려', '싼게 비지떡'이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이미지가 필요했고 고심 끝에 '비(非)저비용'을 택했다.
당시 제주항공이 선택한 광고마케팅 전략은 "운임은 저가여도, 이미지는 고가로 간다. 그 고가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수준 이상으로 하자"였다.
제주항공의 모델전략은 취항 초 인지도 제고를 위한 대응수단에서 더 나아갔다. 2006년에 시작된 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스타마케팅은 2020년 코로나19가 오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초대모델 남상미에서 이후 K-POP 스타로 전환했고, 첫 케이스는 '빅뱅'이었다. 빅뱅과 모델계약을 체결하면서 빅뱅의 아시아투어 해외공연 스폰서십도 동시에 맺었다. 빅뱅 멤버는 홈페이지 및 신문, 잡지, 옥외광고, 온라인광고는 물론 일본, 홍콩, 태국,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해외지점 카운터에서 노출되었다.
제주항공 모델이 빅뱅으로 바뀐 이후 K-LCC는 한류스타 마케팅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는 국제선 취항도시가 한류열기로 뜨거웠던 일본과 중국, 홍콩, 태국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었다. 제주항공은 빅뱅 래핑 항공기에 빅뱅 멤버를 태우고 일본 콘서트에 다녀오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톱클래스의 K-POP 스타 빅뱅이 제주항공 모델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화제다"고 밝혔다.
힘을 받은 제주항공의 스타마케팅은 2010년 이후 본격화됐다. 국제선 취항 초기에 일본노선에 집중하면서 배우 이서진을 발탁했다. 이서진은 드라마 '이산'을 통해 일본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당시 일본은 제주항공 국제선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이민호, 김수현, 송중기, 동방신기 등 당대 최고의 아시아권 한류스타와 모델 계약을 이어갔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모델전략이 아시아 지역에 제주항공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저가 이미지에 점철됐던 K-LCC업계에서 마케팅을 차별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밖에 이스타항공이 취항 초기 장미란 선수를 모델로 2년 넘게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장미란 선수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역도 사상 현존 최고기록을 세웠으며,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다. 당시 장미란 선수가 획득한 메달은 대한민국 여자역도 사상 첫 금메달이며 현재까지 유일한 금메달이다.
이 같은 K-LCC업계의 광고전략은 LCC 비즈니스 모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TV 광고도 했다. 제주항공은 김수현을 모델로 2015년 11월 TV 광고를 내보냈다. 2006년 취항 초 극장 광고를 실시한 적은 있지만 공중파를 통한 본격적인 TV 광고는 K-LCC 역사상 처음이었다. 2015년 11월 6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시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어 티웨이항공이 2017년 6월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TV 광고를 시작했다. 대구발 국제선에 집중하면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신규노선을 알리는 데 활용했다. 2017년과 2018년 본격화된 TV 광고는 티타임을 갖는 여유롭고 가벼운 시간처럼 티웨이항공과 함께 't'time'을 즐긴다는 이미지를 담았다. 이 역시 2018년 8월 1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시점이 영향을 미쳤다. 제주항공이 2015년에 반짝 TV 광고를 한 데 반해 티웨이항공은 2019년 5월에도 소방관 복장을 착용한 객실승무원이 등장하는 기업이미지 광고를 통해 안전한 항공사를 알리는 등 TV 광고에 더 적극적이었다.
-양성진 항공 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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