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같은 사람인데”…영아살해는 ‘솜방망이’ 처벌
[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자신의 아기 두 명을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살해하고,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했던 끔찍한 사건, 이른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이후 숨겨져 있던 영아 살해 범죄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기를 낳은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이뤄지지 않은 영아, 일명 '그림자 아기'라고 하죠.
수사당국은 오늘 오전 기준 193건의 '그림자 아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이 가운데 사망 사건은 4건인데요.
특히 대전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그림자 아기' 사건은 26건으로 전국 두 번째고요.
충남이 9건입니다.
동시에 영아 살해 처벌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피의자 친모 A씨에 적용했던 '영아살해' 혐의를 '살인' 혐의로 변경했는데요.
'영아살해'와 '살인,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일단 처벌만 놓고 보면,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 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살인이 영아살해보다 형량이 높고요.
혐의가 일반 살인으로 변경된 A씨는 더 강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영아살해죄는) 아주 처벌이 강하게 한다 하더라도 통상 징역 1년에서 3년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살인죄로 다시 의율한 것은 그런 여러 가지 어떤 전후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영아살해 처벌은 어떤지, 제가 대법원 판결서 열람을 통해 최근 5년간 영아살해 판결을 직접 분석해 봤는데요.
26건 중 12건이 집행유예, 46%가 처벌을 면했습니다.
영아살해미수, 영아살해교사까지 포함하면 집행유예가 절반을 넘고요.
실형도 대부분 징역 3년 이하였습니다.
영아살해죄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대상은 직계존속에 한정되고요.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했을 때, 또는 참작할 만한 동기가 인정됐을 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시점도 중요한데요.
분만 중이나 분만 직후에 살해했을 때만 영아살해죄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반 살인죄보다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형량도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인데요.
"아이들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나?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아이인데", "영아살인죄 없애고 살인죄를 적용해 더 강한 처벌해야 한다" 이렇게 영아살해죄 처벌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래서 법이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영아살해죄가 1953년, 무려 70년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1953년에 (법을) 만든 사람이 2023년을 바라보고 만들 수는 없잖아요. 2023년에는 (영아살해죄가) 첫 번째, 직계존속의 범위를 '산모'로 한정해야 한다. 두 번째,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 요건은 반드시 빠져야 한다. (또) '특히 참작할 만한 사유'라는 게 너무 포괄적이고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꾸준히 영아살해죄 관련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모두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는데요.
같은 사람의 생명이지만, 우리 법이 영아의 생명 보호에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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