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日에 오염수 최종 보고서 전달…"국제안전기준 부합"
기시다 "국내외 과학적 근거 정중·투명한 설명 지속"
IAEA '승인' 받은 日…오염수 방류 절차 사실상 마무리
그로시, 7~9일 韓방문해 보고서 설명…中반발 여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놨다. 오염수 방류를 위한 마지막 문턱을 넘어선 만큼 일본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올해 여름부터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전망이다. 국내외 반발 여론에 대해서는 설명과 설득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IAEA 최종 보고서 “오염수 방사선 영향, 무시할 수준”
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평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IAEA는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보고서를 공표하고 “오염수 방류가 사람들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적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년에 걸쳐 평가를 진행했고, 적합성은 확실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며 “오염수 방출 기간에도 검증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가 과학적 검증을 통해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며 “IAEA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고서를 전달받은 기시다 총리는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류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국내외에 설명해 나가고 싶다. 성실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원자력 분야의 안전기준의 설정 및 적용에 대해 권한이 있는 IAEA에 의한 검증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엔 IAEA가 지난 2년여 간 조사·검증한 내용이 담겼다. IAEA는 2021년 4월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의 요청에 따라 같은해 7월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검증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동안 부문별로 공표된 6건의 중간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최종 보고서 역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한 절차적·기술적 장애물은 모두 제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원자력규제위의 오염수 처리 설비 검사와 관련해 도쿄전력에 대한 합격증 발급이 남아 있지만, 원자력규제위가 이미 ‘문제 없음’ 의견을 내놔 이 역시 다음주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오염수 방류를 위한 약 1㎞ 길이의 해저터널 공사는 이미 지난달 마쳤다.
가장 주목되는 건 오염수 방류 시점이다.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국내외 반응을 살피며 방류 시기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보고서 역시 그가 구체적인 방류 시점을 정할 때 자료로 활용된다. 일본 정부가 “올해 여름쯤으로 정한 방침에 변경은 없다”고 못 박은 만큼, 방류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는 있어도 방류 계획이 취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진단이다.
일본 내부적으론 어민 등 반발 여론이 커지는 만큼 오히려 신속하게 방류 날짜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번 방류하고 나면 도중에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JNN방송이 지난 1~2일 1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찬성 비율은 45%, 반대는 40%를 각각 차지했다. 요미우리신문의 5월 조사에서 찬성 60%, 반대 30%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그로시, 7~9일 韓방문해 보고서 설명…中반발 여전
그로시 사무총장 역시 일본의 주변국 설득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는 일본 일정을 마친 뒤 7~9일 한국을 시작으로 뉴질랜드와 쿡제도를 방문해 최종 보고서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차관급)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시찰단 활동, IAEA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 참여 등을 통해 일본 측 방류 계획에 대한 과학적·기술적 검토를 진행해왔고,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라며 그로시 사무총장의 설명을 계기로 검토를 마무리하고 빠른 시일 내에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IAEA가 일본으로부터 100만유로의 대가성 금품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를 인용해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우장하오 일본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은 주변국과 실효성 있는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일본은 IAEA 결론과 관계없이 오염수 방류라는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증명과 추인을 요구하는 식으로 (조사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 “IAEA는 원자력의 안전과 평화 이용을 촉진하는 국제기구”라며 “해양환경 및 생물학적 건강에 대한 오염수의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기구가 아니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반대가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최종 보고서는 IAEA의 책임 아래 작성되는 문서”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은 또 중국에 데이터를 이용해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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