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황구지천 돌아온 수달 “우리 보금자리 보호해 주세요” [현장, 그곳&]

오민주 기자 2023. 7. 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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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지천 일대 낚시·투기 등 불법행위 몸살
전문가 “수원 유일 서식지 개선을”
市 “CCTV 설치 등 방안 찾을 것”
지난달 25일 황구지천 수원구간에 설치된 센서 카메라에서 1년만에 수달이 포착됐다. 수원환경운동센터 제공

 

“1년 만에 돌아온 수달의 유일한 서식지, 황구지천을 보호해 주세요.”

4일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황구지천 일대. 이곳은 지난달 25일,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한 마리가 뛰어가는 모습이 1년 만에 다시 포착된 곳이다. 황구지천은 수원의 유일한 자연형 하천으로 수달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었지만, 1년 동안 수달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서 불법 쓰레기 투기와 하천정비사업 등으로 수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실제로 하천 일대에는 여전히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듯한 나무판자와 음료수 캔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인근 수풀에도 옥수수 캔, 유리병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뒤섞인 봉투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황구지천 원효매교 아래는 농자재 폐비닐 쓰레기와 건설폐기물 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정체 모를 약품 상자도 수십개가 쌓여 있어 한쪽 벽에 붙은 ‘자율정비 계고장’을 무색케 했다.

4일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황구지천 일대에 농자재 폐비닐 쓰레기와 각종 생활 쓰레기가 담긴 포대가 방치돼 있다. 오민주기자

시민 이수영씨(가명·40)는 “비도 오는데 약품을 이대로 방치하다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면 어떡하냐”며 “수원시는 수달이 이곳에서 발견된 걸 알면서도 생태 보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황구지천 수원 구간에서 모습을 감췄던 멸종위기종 수달(경기일보 2022년 7월4일자 6면)이 1년여 만에 센서 카메라에 포착된 가운데 여전히 이곳 일대 주변이 불법 낚시와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지난해 황구지천 일대를 정비하고 산책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하천 일대의 수풀이 파헤쳐지는 등 수달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좁아진 만큼 서식지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수달은 하천을 따라 최대 15㎞까지 움직이며 생활하는데, 번식기인 봄·여름에 하천 정비공사가 진행되면서 예민해진 수달이 1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황구지천은 수원내 유일한 수달 서식지인 만큼 생태계 보전계획과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불법 낚시꾼들을 감시하기 위한 명예감시원을 두고 강력한 계도 조치를 하겠다”면서 “황구지천 인근 상습 쓰레기 불법 투기 지역에 CCTV 설치를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9년 6월 황구지천 수원 구간에서 처음 발견된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천연기념물 제330호)으로 지정돼 있으며, 수컷·암컷 등 두 마리의 수달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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