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뉴스인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윤오순의 커피로 떠나는 세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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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오리진? 가공방법? 컵 노트? 커핑 점수? 품종? 제일 비싼 커피? 제일 저렴한 커피?... 첫 방문한 카페에서 내게 맞는 커피를 골라내는 방법에는 각각의 인문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4주마다 세계의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인문지리학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사이펀 ⓒ게티이미지뱅크

2007년 개봉된 영화 '버킷리스트'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함께 입원한 병원에서 커피 이야기를 하며 독특한 추출도구로 커피를 만든다. 이 커피 메이커는 상단과 하단의 플라스크 간 압력 차로 물을 흐르게 만들어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펀이라는 도구다. 커피 만드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 커피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영화에서 사이펀과 함께 당시만 해도 낯선 이름의 커피가 등장하는데 바로 루왁커피이다. 중남미 파나마 지역의 게이샤 커피는 비싸면서 맛도 있는 커피지만, 루왁커피는 맛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늘 생산과정과 가격이 뉴스가 되는 커피이기도 하다.

루왁커피(Kopi luwak) 혹은 사향고양이 커피(Civet cat coffee), 줄여서 그냥 '고양이 커피(Cat coffee)'라고도 부르는 이 커피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수마트라섬 일대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이다.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 체리를 골라 먹은 후 커피 열매의 과육은 소화를 시키고 파치먼트 상태의 커피를 배설하는데, 소화되는 과정에서 몸속의 효소로 발효과정이 진행되면서 루왁커피 특유의 맛과 향이 나게 된다. 동물 배설물에서 채취하면서 유명해진 커피로는 루왁커피 이외에 태국의 코끼리 배설물에서 탄생한 '블랙 아이보리 커피(Black Ivory Coffee)', 베트남의 사향족제비 배설물에서 탄생한 위즐커피(Weasel Coffee)도 있다. 세 가지 모두 맛보다는 생산과정과 가격이 뉴스가 되는데, 동물학대가 이슈가 될 때 등장하기도 한다.

루왁커피 ⓒ게티이미지뱅크

루왁커피 발상지인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커피 산업에서 위상이 높다. 상업적으로 중요한 두 품종이 있는데 아라비카 커피와 로부스타 커피가 그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두 가지 커피를 모두 생산하고 있고, 로부스타 커피 재배에 이상적인 기후와 토양 조건을 갖춘 덕분에 글로벌 커피 시장에서 로부스타 커피의 중요한 공급국가다. 인도네시아는 커피 생산량 규모로는 아시아에서 베트남 다음이며, 전 세계 규모로 따지면 브라질과 베트남에 이어 세 번째다. 인도네시아 커피 생산 주체의 90% 이상이 소규모 농가인데 최근 스페셜티 커피 생산에도 주력하며 고급스럽고 풍부한 맛을 가진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커피가 인도네시아에 처음 도입된 것은 17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소유지였던 자바섬에서 재배가 시작되었고, 동인도 회사는 커피 수출을 통해 큰 이익을 얻는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덕분에 자바 커피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으며 '자바'는 인도네시아 커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상징적인 의미가 되었다.

한류의 확산으로 인도네시아 내에서 한국에 대한 국가친숙도는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인도네시아가 우리를 아는 만큼 우리가 인도네시아를 잘 알고 있는지는 정확한 수치로 따져보기가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동쪽으로 인도, 서쪽으로는 동티모르와 인접하며, 남쪽으로는 인도양과 호주 북부에 위치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남중국해와 말레이반도와 접하고 있다. 독특한 지리적 특성, 역사적 배경, 다양한 종교와 언어, 문화 자원, 풍부한 음식 문화 등으로 매력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 최대 산유국이자 천연자원의 보고로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지리적으로 큰 국가로 분류되며, 주요 섬으로는 수마트라, 자바, 보르네오, 술라웨시, 뉴기니 등이 있다. 수마트라, 자바, 발리, 술라웨시 등이 커피 생산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서 자주 만나는 인도네시아 만델링은 수마트라에서, 토라자는 술라웨시 등에서 많이 생산된다. 커피 생산지로는 자바가 유명하지만 인도네시아 커피 생산량의 60% 이상은 수마트라섬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수마트라 북부의 아체나 가요 등이 특히 유명하다. 인도네시아는 발리, 롬복, 수라바야, 자카르타, 반둥, 족자카르타 등지가 관광지로 인기가 많은데 루왁커피를 생산하는 농장을 비롯해 고품질의 커피가 생산되는 농장을 방문하는 커피 투어 상품도 인기가 많다.

인도네시아는 커피 생산량이 많고 자체 커피 소비량도 많으며, 다양한 식문화와 함께 커피 문화가 발달한 나라이다. 그 덕분에 스타벅스와 같은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로컬 커피 체인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커피 체인 브랜드는 인도네시아 버전의 스타벅스라고 할 수 있는 엑셀소(EXCELSO)가 있고, 커피와 도넛을 판매하는 로컬 커피 체인으로 제이코 도넛 앤 커피(J.CO Donuts & Coffee)도 유명하다.

윤오순 에티오피아커피클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