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2조 주담대 작업대출 저축은행 5곳 무더기 제재

사기성 작업대출에도 저축은행 심사·분석 소홀히 해
SBI·애큐온·페퍼 '기관경고'…OSB 대표는 '문책경고'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지난해 저축은행권을 휩쓴 사기성 작업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5개 저축은행에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애큐온·OSB·OK·SBI·페퍼저축은행 등 5곳에 대해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부당 취급으로 제재를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6~12월 SBI·OK·페퍼·애큐온·OSB 등 사업자 주담대 잔액 상위 5개 저축은행과 대출모집인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1조2000억원의 사업자 주담대가 부당취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작업대출이란 대출이 곤란한 무직자나 신용불량자들에게 대출모집인 등이 접근해 서류 조작을 통해 대출을 받도록 하거나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주담대를 받도록 하는 행위다.

5개 저축은행에서 일어난 1조2000억원 규모 작업대출은 위조된 서류로 사업자 대출을 새로 받아 기존 가계 주담대를 선상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사업자 주담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개인이 빌릴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부당대출을 받아서 실제로는 주택구입 용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 업무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이 최소한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작업대출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작업대출을 초래했다고 봤다.

차주의 기존 주담대가 존재해 사업자 주담대 취급시 대출금이 사업자금이 아닌 기존 주담대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거나 차주가 제출한 서류도 위·변조 또는 허위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재를 받은 저축은행 5곳이 지난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부당 취급한 사업자 주담대 건수는 총 3727건에 대출금액은 총 1조2218억1000만원에 달한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SBI저축은행은 2020년 1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4411억5100만원의 사업자 주담대 1451건을, 애큐온저축은행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095건의 사업자 주담대 4719억8500만원을, 페퍼저축은행은 2019년 3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623억4600만원의 767건을 취급하며 심사·분석업무를 소홀히 했다.

또 OK저축은행은 2020년 1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260건의 사업자 주담대 947억9100만원을, OSB저축은행은 2018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총 515억3700만원의 사업자 주담대 154건을 제대로 심사·분석하지 않고 처리했다.

금감원은 사업자 주담대 부당취급액이 1000억원을 넘은 SBI·애큐온·페퍼 등 3개 저축은행에 '기관경고' 제재를 결정했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앞으로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는 중징계다. OK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에는 '기관주의'를 내렸다.

임원 제재의 경우 SBI저축은행와 애큐온저축은행은 각각 퇴직한 임원 1명이 주의적 경고를 받았고 페퍼저축은행은 현직 임원에게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OSB저축은행은 샤켓 믹스 대표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가 내려졌다. OK저축은행은 임원 제재 없이 직원들에 대한 제재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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