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핵주먹 천만흥행 터뜨렸다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2023. 7. 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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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3'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작 중 첫 천만 영화이고, 역대 30번째 그리고 한국 영화로서는 21번째 천만 돌파다. 21번째라고 하면 종종 나왔던 천만 흥행이 다시 한 번 등장한 것 같지만 이번 천만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영화가 극장가에서 극심한 침체기를 보내는 가운데 터진 천만 흥행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한국영화 점유율은 29.2%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1분기의 한국 영화 점유율은 64%였다. 점유율이 반 이상 줄어든 것인데 매출감소는 더 심각하다. 올 1분기 한국 영화 누적 매출액이 2019년 1분기에 비해 26.7% 수준이다. 같은 시기 관객수는 21.5% 수준이 됐다. 올 1분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모처럼 한국영화 대흥행이 터졌기 때문에 '범죄도시3' 천만 관객에 관심이 집중된다.

작년에도 상황이 비슷했다. 한국영화 침체기 속에서 '범죄도시2'가 천만 흥행을 기록했다. 한국영화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그런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단지 '범죄도시2'의 단발 흥행이었다. 올해도 전망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 관객들도 극장관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시점에 천만이 터졌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범죄도시3' 흥행이 한국영화 활성화의 기폭제가 돼주길 영화계는 기대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관객들이 한국영화 보러 극장에 가는 생활패턴 자체가 약화됐다. 그리고 OTT로 최신작을 보는 것이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극장까지 찾아가서 보는 영화는 더 까다롭게 고르게 됐다. 그래서 드라마 위주가 아닌, 큰 스크린으로 볼 만한 볼거리와 오락성이 있는 영화를 찾게 됐다. 이건 외국보다 소규모로 제작하는 우리 영화에 불리한 환경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 영화가 극장에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렸었는데 마동석의 핵주먹이 판을 뒤집었다. 그동안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마동석의 통쾌한 핵주먹 액션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생겼는데 '범죄도시3'은 그 기대에 완전히 부응했다. 그래서 그의 주먹 한 방이 헐리우드 컴퓨터 그래픽 특수촬영 액션을 누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웃음까지 빵빵 터뜨려서 고농도의 오락영화를 완성해냈다. 2탄보다 3탄이 더 웃기다. 액션도 3탄에선 권투 동작을 추가해 신선한 느낌을 줬다. 아무리 OTT가 득세해도 이렇게 액션과 폭소탄을 동시에 터뜨릴 정도로 만듦새만 좋다면 관객은 몰린다는 점도 보여줬다.

올 여름엔 또 다른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대기하고 있다. '범죄도시3' 흥행의 탄력을 받아서 다른 한국 대작들도 성공을 거두고, 그 흐름 속에서 관객들이 가볍게 한국 영화를 관람하던 과거의 생활패턴이 되살아나기만 한다면 한국 영화에도 본격적인 부흥이 찾아올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시리즈물이 가능하다는 점도 보여줬다. 그동안 대형 시리즈는 '어벤져스' '미션 임파서블' '007' 등 해외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다. '범죄도시'는 비록 규모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 작지만 우리 현실에 기반한 공감과 대중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카타르시스로 한국형 대형 시리즈물의 주인공이 됐다.

우리 사회에선 최근 강력 범죄에 대한 공분이 점점 커지면서, 그에 대해 엄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공권력에 대한 답답함도 커져갔다. 이럴 때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범죄자들을 호쾌하게 처단하자 관객이 환호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선 범죄자에 대한 보호가 너무 크다는 인식도 있었는데, 그 부분과 관련해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범죄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관객을 후련하게 했다.

이렇게 범죄자에게 저승사자 같은 '민중의 몽둥이', 한국형 히어로가 '범죄도시' 신드롬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동석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그래픽 액션도 소화했지만 그때보다 한국에서 민중의 몽둥이가 됐을 때 호응이 훨씬 컸다. 아무리 관객이 까다롭게 볼거리를 찾고 해외 블록버스터가 유리한 환경이 됐어도, 우리만의 공감 포인트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에서 한국 영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범죄도시'는 이제 국민이 가장 공감하고 기대하는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현재 4탄 촬영이 이미 끝났고 5탄은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후속 기획도 진행 중이다. 2020년대는 '범죄도시'와 함께 하는 한 시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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