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의 힘…일라이릴리, J&J 꺾고 제약 시총 1위

이지현 2023. 7. 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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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주가 28% 뛴 일라이릴리
대표제품 비만·당뇨약 '마운자로'
年매출 33조원까지 성장할 전망
"자가면역질환·항암제 독주 끝나
비만약이 5년 내 의약시장 장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87조원 vs 567조원.’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존슨앤드존슨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가치다. 2011년 이후 10여 년간 미국 화이자를 누르고 세계 제약·헬스케어 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켜온 존슨앤드존슨의 독주 체제가 지난달 무너졌다. 새롭게 왕좌에 오른 릴리의 무기는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당뇨·비만약인 마운자로다. 세계 제약·바이오업계가 패러다임 대전환 시대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제약사 시총 1위 오른 릴리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3476억달러(약 453조원)로 시작한 릴리의 시총은 지난달 말 4452억달러로 상반기에만 28.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존슨앤드존슨의 기업가치는 4618억달러에서 4301억달러로 6.9% 줄면서 세계 제약·헬스케어 기업 1위가 바뀌었다. 릴리가 존슨앤드존슨보다 가치 높은 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1997년 후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약진한 기업은 릴리뿐만이 아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도 올 들어 시총이 50% 뛰었다. 노보노디스크의 기업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사이 세계 대표 제약사인 화이자 시총은 28% 줄었다. 미국 머크(MSD)도 상반기 4.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들을 누르고 세계 3위 제약·헬스케어 기업 자리에 올랐다.

 비만시장에서 승기 잡은 ‘당뇨 명가’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전통적인 당뇨 명가다. 릴리는 100년 전인 1923년 세계 처음으로 당뇨치료제인 인슐린 상용화에 성공했다. 1921년 인슐린을 개발한 캐나다 과학자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치료제를 선보였다. 올해 창업 100년을 맞은 노보노디스크는 세계 인슐린 생산량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인슐린 치료제 분야의 독보적 1위다. 덴마크에선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100년간 당뇨 시장을 지켜온 이들 기업은 올 들어 또 다른 당뇨·비만약으로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릴리의 대표 제품은 ‘마운자로’,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다. 당뇨 치료제로 개발한 이들 약이 체중 감량에도 효과를 내면서 비만 시장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수술에 버금가는 체중 감량 효과를 내면서 세계 의약품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사실상 포화상태라는 평가를 받는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판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했다.

 주 1회 주사로 24㎏ 감량 효과

마운자로는 임상 3상 시험에서 주 1회 주사로 고도 비만 환자의 체중을 최대 22.5%(24㎏) 빼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비만 수술밖에 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은 ‘마의 20%’ 벽을 치료제로 넘어섰다. 위고비도 15%(13.6㎏)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오젬픽도 판매하는 노보노디스크는 후속 치료제인 카그리세마를 개발하고 있다.

마운자로의 한 달 약값은 130만원이 넘는다. 위고비는 180만원, 오젬픽은 120만원 정도다.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은 위고비와 달리 마운자로는 당뇨 치료제로만 국내외에서 활용되고 있다. 후속 허가 절차를 통해 마운자로가 비만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하면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6월 출시 후 7개월 만에 5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투자은행 UBS는 마운자로의 연매출이 33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세계 최대 매출을 올린 애브비의 휴미라(28조원)를 뛰어넘는 성과다.

미국 헬스케어 분석기업 코텔리스는 5년 뒤인 202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매출이 증가할 의약품으로 마운자로를 꼽았다. 2위는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3위엔 오젬픽이 선정됐다. 제프리스는 2026년 비만약 시장 규모가 13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독주 시대를 지나 비만약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 패권을 장악할 것이란 의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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