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면책 독재시절 조항… 의원 특권폐지 서약않으면 낙선운동"[오늘의 DT인]
국회의원 특권 180가지 넘어
특권폐지 물었더니 6명만 찬성
국민보다 잘 살면 어려움 몰라
17일 국회서 '국민총궐기대회'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이 사회가 완전히 특권층 사회입니다. 국회의원 월급 등만이 문제가 아니고 완전히 양극화, 특권층과 루저(패배자)의 사회란 말이야. 이걸 바꿔야지"
장기표(77·사진)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특본) 상임대표는 4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지난 4월부터 특권폐지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反)독재, 반주사파에 이은 반특권 운동인 셈이다.
1945년 12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장 대표는 마산공고를 거쳐 서울법대에 입학하자마자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 민청학련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오랫동안 수배와 수감 생활을 했다.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노동운동을 도왔다.
민주화운동에 투신해 9년간 투옥됐고, 12년간 수배를 당했던 그는 이제 한국의 또다른 시민혁명을 추진한다고 했다. 1688년 일어났던 영국의 '명예혁명'같은 것이라고 했다.
특본에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 대표도 공동대표로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법조인 등을 특권층으로 정조준한다. 특히 내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 폐지를 압박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불체포·면책 특권 등이 횡령·뇌물수수·배임·모욕·명예훼손 등 국회의원의 방패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체포·면책특권은 군사독재 시절 '국회의원들이 할 말은 해야 한다' 해서 이런 조항을 뒀다"며 "지금은 의원들이 죄를 지어도 구속이 안 되니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이 유야무야 되고,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아 사회 윤리와 도덕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체포특권 폐지에 무게가 실렸다. 그는 "불체포특권은 그 자체가 '범죄'를 전제로 하고 있으니 불체포인 것이고, 면책특권은 (일반적인) 범죄가 전제돼 있지 않다. 범죄가능성으로부터 면책이란 게 주로 명예훼손"이라며 "불체포특권이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의원정수(현행 300명) 감축론과도 결을 달리하며 '특권 폐지'에 방점을 찍었다. 장 대표는 "특권이 없어지면 숫자는 상관없다"며 "미국과 인구비례로 따지면 우리는 100명도 안 돼야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미국은 각 주(州)가 있어 의회는 연방문제만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권 수준의 처우 문제도 짚었다. 그는 "국회의원 연봉(세비)은 1억5500만원이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고려하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회의에 전혀 참석하지 않아도, 심지어 구속돼 있어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억대 정치후원금, 수천만원의 입법 활동비, 보좌진 9명, 유류비와 차량유지비 등 특권이 180가지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며 "지난해 도시근로자 평균 월급이 378만원이었으니 올해는 400만원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균재산 34억원의 국회의원들이 "국민보다 잘살면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모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장 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 출마 때도 '특권 폐지'를 내걸고 근로자 평균임금 330만원(2019년 기준)만 받고, 보좌진(최대 9명)은 3명만 두고 나머지 수당은 전액 반납한다고 공약했다.
장 대표는 내년 총선 전 현역 의원과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특권 포기' 서약을 받겠다며 "서약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낙선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특본이 지난 5월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2차례 등기우편을 보내 특권폐지 여부를 물었지만 단 6명만 찬성으로 회신했다고 한다.
그는 "의원들이 겉으론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없애자더니 막상 특권을 없앨 것이냐고 묻자 사실상 거부했다"고 개탄했다. 일부 중진은 특권을 부인하며 반발했다고도 한다. 장 대표는 "실제로 특권이 폐지돼야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지고 부정부패가 없어진다. 국회의원들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치 후원금 제도의 허점도 정조준한다. 장 대표는 "국회의원들은 보통 (연) 1억5000만원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 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까지 받는다. 총선이 아닌 대선,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도 2배를 받는다"며 "정작 대선을 위해 그 돈을 쓰면 선거법 위반이다. 우리가 헌법소원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특본은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 총궐기대회'를 열고 국회의원 특권폐지에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5월31일 '거액 코인 이상거래 의혹'으로 김남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것을 발화점으로 1만여명(주최측 추산) 규모 '5·31 특권폐지 인간띠 국민행동의날' 집회·행진을 벌인 데 이어서다.
장 대표는 "국회의원 질의서는 두번 보냈고, 이번엔 국회의장과 3당(국민의힘·민주당·정의당) 대표에게 초청장을 보냈다"며 "(집회에) 안 온다면 우리가 의장실과 (각 당) 대표실로 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입법하는 사람들이 모인 최고의 헌법기관이 무법천지가 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고 호소했다.
한편 장 대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연봉(올해 2억4456만원)의 95%를 연금으로 수령하는 데 대해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전직 대통령에게 왜 100%도 아니고 95%를 주나. 그리고 미망인은 70%다. 현직 대통령도 국가 세금으로 밥 먹고 하는 게 아닌가"라며 "나라가 미쳤다"고 성토했다.
지난 2021년 대선 출마 때 겨냥한 민주노총 등 '망국 7적' 문제에 대해선 "전혀 해소 안됐다"고 거듭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전직 판검사·고위공직자 전관예우에 대해선 "그 자체로 범죄"라며 검사 출신 곽상도 전 의원(국민의힘 탈당)이 '아들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뇌물 무죄판단을 받은 점을 의심했다.
그는 "무죄를 주는 판사가 돌출적이라면 판사 사회에서 생활하기 어려울텐데,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며 "전 정권도 현 정권도 똑같다"고 날을 세웠다. '영원한 재야'라는 별칭에 대해선 "내가 이름 붙인 건 아니지만, 영원한 재야라는 말은 내가 볼 때도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미경·한기호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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