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국가유산 관광에서 미디어아트의 존재란?

강경록 2023. 7. 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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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박사(Ph.D.)] 문화는 산업이다. K-콘텐츠는 우리의 수출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2021년 기준 콘텐츠 수출액(124.5억 달러)은 가전제품(86.7억 달러), 전기차(69.9억 달러), 디스플레이 패널(36억 달러)을 추월했을 정도다. 수출시장의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K-콘텐츠의 원천은 K-컬처다. K-컬처 팬덤은 1억 6000만 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 K-헤리티지(국가유산)를 가고 싶은 나라, 경험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로 각인시켜야 한다.

관건은 우리 유산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있다. 핵심은 문화경제 활성화에 있다. 유산을 활용한 K-콘텐츠로 국가이미지 제고, 연관산업 성장을 앞당겨 지역경제를 살리는 핵심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문화재청의 ‘세계유산축전’과 ‘문화유산 미디어아트’다. 대표적인 유산 활용 사업이다.

문화유산 미디어아트는 관광·경제 유발 영향력이 큰 사업이다. 문화재와 예술, 디지털을 컬래보레이션한 작품을 말한다. 문화유산에 프로젝션맵핑,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XR(확장현실), 인터랙티브 아트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복합매체예술로 무한한 상상력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문화유산산업의 K-콘텐츠가 바로 문화유산 미디어아트인 셈이다.

이 사업의 시작은 2021년부터였다. 코로나19라는 긴 어둠의 터널에서도 우리 국민에게 지역 유산의 가치를 더 쉽게 알렸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침체한 관광산업 재개에 기폭제가 됐다. 미디어아트가 열리는 곳마다 시민과 관광객 방문이 이어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했다. 또 전 세계 한류 팬에게 지역 세계유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알려 방한 관광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올해는 전국 8개 지역에서 ‘문화유산 미디어아트’가 열린다. 지난 5월 4일 경주 대릉원에서 개막한 미디어아트는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해 신라의 혼을 빛의 예술로 밝혔다. 나머지 7개 지역에서는 9~10월 중 예정돼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익산·부여·공주), 고창 고인돌 유적, 함안 말이산 고분군(아라가야), 강릉 대도호부 관아, 수원화성(창룡문과 동장대, 동북공심돈) 등이다.

성공의 관건은 지역의 유산을 활용한 독특한 콘텐츠 개발이다. 문화유산 미디어아트의 본질은 유산의 고유한 가치와 특성, 장소성을 공감력 있는 스토리로 풀어내는 것과 유산의 건축적 특성과 경관적 요소를 최적화해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의 공연물, 야외전시로서 손색이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해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문화재청은 내년 사업을 공모 중이다. 이달 28일까지 사업신청서(기획안)를 접수하면 8월 서류·발표심사를 거쳐 9월에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올해 선정된 지자체 중에서는 경주 외에 아직 문화유산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열린 곳은 없다. 모두 9~10월에 개최한다. 기재부, 국회 예산 심의 일정상 부득이 공모가 먼저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지 선정 심사에서 각 지자체의 제출내용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담당공무원 1인의 탁상행정적 계획인지, 충분한 숙성 절차가 있었는지.

지자체들은 9월 개막을 앞둔 내용의 사업계획서(제안서)가 아니라 올해와는 다른 내년의 구체적 연출구상과 콘텐츠 설계, 프리 프로덕션 체계를 적확하게 담아 심사에 임해야 한다. 새롭게 도전하는 지역에서도 단순히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국비사업 신청이 아니다. 미디어아트 사업을 통해 오롯이 시민들을 이롭게 하고 매력콘텐츠 개발을 통한 지역 발전의 타당성을 충분한 논거로 제시해야 한다.

문화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은 대중에게 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느끼도록 하는 디지털 익스피리언스(Digital Experience)다. 그만큼 우리 유산을 재브랜딩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각 지자체가 어떻게 보여주고 성과를 냈는지를 객관적으로 환류‧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년부터 명칭도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로 바뀐다. 그만큼 우리 유산을 재브랜딩하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다. 유산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이 없는 단편적 행사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부실한 내용의 지자체를 선정해 자칫 그 의미를 퇴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기에 국민 세금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 : ICT 칼럼니스트이자 Media-Art 디렉터. 헤리티지랩 소장이면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정보원 이사,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이다. 서울특별시 좋은빛위원회 위원, 충남문화재단 이사,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 프로그램디렉터를 지냈고, 현재 세종특별자치시 경관위원회 위원,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천안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강경록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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