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뿐 아니다... 젊은 선수도 ‘오일 머니’ 사우디 축구로
올해 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 나스르)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했을 때만 해도 그 파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축구 황혼기 때 중동의 ‘오일 머니’를 좇는 선수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을 주름 잡던 카림 벤제마(36), 은골로 캉테(32·알 이티하드) 등의 사우디행이 지난달 초 연달아 발표됐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들도 이미 전성기를 마치고 기량이 떨어지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사우디의 야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금 규모 6000억달러(약 780조원)의 사우디 국부 펀드(PIF)를 등에 업은 사우디 프로축구 프로페셔널리그는 이름값만 높은 노장들에 그치지 않고, 전성기를 구가 중이거나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돈의 유혹은 젊은 선수에게도 먹혀 들어가고 있다. 그 시작은 잠재력으로 유럽에서 주목받던 포르투갈의 미드필더 후벵 네베스(26)였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울버햄프턴에서 뛰었던 네베스는 정확한 롱 패스와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스타 선수로 떠오르고 있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명문 구단에 충분히 합류할 수 있는 기량이었다. 이런 네베스가 연봉 약 264억원의 조건으로 사우디 알 힐랄에 합류했다는 사실이 지난달 24일 공식 발표됐다. 6년 동안 울버햄프턴에서 뛰었던 네베스는 “훌륭한 사람들과 여정을 함께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오르는 데 한 축을 담당했던 크로아티아 국적 미드필더 마르셀로 브로조비치(30)도 4일 연봉 약 412억원과 함께 사우디 알 나스르행을 확정했다. 브로조비치의 발에서 모든 공격을 시작했던 인테르 밀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2021년 국제축구연맹(FIFA) 최우수 골키퍼를 수상했던 에두아르 멘디(31) 또한 지난달 29일 잉글랜드 첼시를 떠나 알 아흘리에 합류했다.
유망주들도 사우디행을 택했다. 사우디 알 이티하드는 4일 스코틀랜드 셀틱으로부터 포르투갈의 윙어 조타(24)를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폭발적인 속도를 자랑해 곧 EPL로 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뿐이 아니다. 같은 날 스티븐 제라드(43) 전 잉글랜드 애스턴 빌라 감독이 사우디 알 에티파크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2020-2021시즌 스코틀랜드 리그 역사상 4번째 ‘무패 우승’을 이끌었던 제라드 감독은 폴란드 대표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등과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최종 행선지는 사우디였다. 구체적인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82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는 스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추세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라며 “잉글랜드, 독일 버금가는 빅리그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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