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부침주' 공언한 국회의장…여야는 아직도 '시큰둥'[종합]

박정민 2023. 7. 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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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선거제 개편' 압박…"제헌절 전 끝내야"
부정적 전망은 여전…"의원 관성 극복이 과제"
김진표 옹호 반응도…"의장 아니면 누가 나설까"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지난 4월 전원위원회 이후 국회 선거제도 개편(선거법 개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진표 국회의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파부침주(破釜沈舟, 솥단지를 부수고 배를 가라앉힘)'를 선언하며 제헌절 전 선거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여야는 겉으로는 김 의장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은 난처하다는 반응이다.

김 의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헌절(17일) 전인 오는 15일까지 선거법 개정 협상을 완료하자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여야 지도부가 책임 있게 각 당의 협상안을 마련하고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 약속대로 7월 15일까지 충분히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 작업을 거쳐 늦어도 8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원위원회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공론조사 등으로 선거제도 개편 여건이 충분해졌다는 게 김 의장의 주장이다.

여야 간 이견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15일 이전 선거법 개정 합의가)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각 당이 어느 정도 선거법 관련 입장을 정리했다 보고, 결정지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양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이 보안을 지켜가며 솔직담백한 의견을 나누면 협상이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다만 개헌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자'며 현실론을 폈다. 그는 "의장으로서 계속 노력할 것이고, 저는 30년 넘게 못 해온 개헌이라, 욕심부려서 다 고치겠다고 접근하면 앞으로 21대 국회 임기 내에 개헌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만으로 합의하면 큰 정치적 부담 없이 내년 총선과 함께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은 최근 여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불체포특권 포기'도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선거법 개정에 이은 개헌 논의도 촉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3일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2+2 선거제 개편 협의체 발족식에서 여야 의원들과 박수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치개혁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상훈 의원,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김 국회의장,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정치개혁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 [사진=뉴시스]

김 의장은 전날(3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발족시키며 '제헌절 전 선거제도 개편 합의'를 독려했다. 그는 "언론이 (각 당의 협상 전략을) 과장해서 보도하니 상대 당에서 큰 반발을 일으켜 협상이 깨지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만큼은 여야 지도부가 보안을 지키고 최종 결과 나왔을 때 자세히 언론에 알리기로 하자"며 여야에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여야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과 만나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김 의장의 채찍질에도 여야에서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현재 여야는 ▲비례대표 정수 축소 여부 ▲중대선거구제 도입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위성정당 방지)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여야 협의를 진행한 이양수(국민의힘)·송기헌(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시기는 지금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여전하다. 여의도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의장께서 여야를 독려하고 계시지만 선거법 개정을 번갯불 콩 구워 먹듯이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도 안 된다"며 "제헌절 전 개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선거법 협상은 내년 총선 직전까지 간다고 봐도 될 정도로 여야 간 대립이 치열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생각보다 현상유지에 안주하려는 현역의원 개개인의 관성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의장이 정치권의 난제인 선거제도 개편을 완수하려는 열망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여의도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의장이라도 나서서 독려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풀기 어려운 문제를 누가 나서서 손보려 하겠느냐"며 "제헌절 전에 끝내자는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말이 있다. 큰일 할 때는 솥단지를 부수고 배를 강물에 가라앉히는 마음으로, 돌아갈 길을 모두 끊고 결연히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라며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여야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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