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타트업에도 문 활짝"···삼성, 팹리스 생태계 육성 '사활'

팹리스업계, 삼성전자 등 대기업 팹리스 육성 의지에 반색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키운다. 스타트업 규모의 팹리스도 적극 지원에 나선다. 팹리스 시스템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삼성 파운드리도 성장할 수 없어서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행사에는 삼성과 협업 중인 파트너·고객사를 포함해 1천1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행사장 앞 로비에는 30여개의 부스가 밀집해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100여 개의 파트너사를 거론하며 '상생'을 강조했다. '설계공정키트(PDK) 프라임(Prime)' 솔루션 등 8인치부터 최첨단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까지 팹리스의 제품 설계 인프라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공유했다.

성전자가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에서 고객과 파트너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이같이 삼성전자가 팹리스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팹리스 지지 기반 없이 파운드리 입지도 넓힐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를 주도하고 있고, 파운드리는 삼성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팹리스는 점유율이 1%가 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매출 톱10 팹리스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없을 정도다.

대만이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와 대만 팹리스 미디어텍, 노바텍은 물론 대만계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엔비디아, AMD 등과 끈끈한 협력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팹리스와 협력을 강화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최대 팹리스인 LX세미콘은 삼성전자와 8인치를 비롯해 12인치까지 파운드리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AI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이 적용된 AI 반도체 '아톰'을 올해 출시했다.

다른 AI 팹리스 기업인 딥엑스는 고성능 저전력 AI 반도체 4종(DX-L1, DX-L2, DX-M1, DX-H1)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14나노, 28나노 공정을 통해 개발했다.

딥엑스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의 원천기술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며 "딥엑스 칩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나 동작 가능했던 AI 기술을 GPU 대비 100분의 1 수준의 소비전력, 10분의 1 수준의 가격 경쟁력으로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성전자가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에서 고객과 파트너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팹리스 업계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팹리스 육성 의지를 반기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작아 물량이 적다보니 반도체 주문을 맡겨도 생산 순위에서 밀리고 대형 파운드리들은 잘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국내 팹리스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