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전문성' 걷어내 논란 부른 KT...'낙하산 CEO' 막아낼 수 있을까

송주용 2023. 7. 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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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CEO) 공백 사태로 혼란을 겪고 있는 KT가 새로운 CEO 후보 모집을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회사 주식 0.5% 이상을 6개월 이상 갖고 있는 주주들은 CEO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관심은 낙하산 CEO를 막아낼 수 있을지로 쏠린다.

거듭된 CEO 후보 낙마와 바뀌어 버린 대표이사 자격 요건, 새로운 사외이사로 합류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 등 여러 흐름이 정권 입맛에 맞는 CEO를 보내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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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까지 CEO 후보 모집
주식 0.5% 이상, 6개월 보유하면 추천 가능
낙하산 CEO 방어가 최대 쟁점
KT의 한 주주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는 모습. 뉴시스 제공

대표이사(CEO) 공백 사태로 혼란을 겪고 있는 KT가 새로운 CEO 후보 모집을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30일 사외이사 일곱 명을 뽑은 뒤 곧장 다음 경영 정상화 과정에 들어갔다.

후보군은 12일까지 모집하는데 회사 밖 후보와 회사 내부 후보로 나눠진다. 내부 후보는 KT그룹에서 2년 이상 일한 부사장 이상 임원 중 자격 요건을 갖춘 인물을 올린다. 회사 밖 후보는 ①외부전문 기관 추천 ②주주 추천을 통해 꾸린다. 지원 자격은 기업 경험, 커뮤니케이션 역량, 리더십, 산업 전문성 등이다.

회사 측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두고 "대내외 이해 관계자의 신뢰 확보와 협력적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CEO 선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물론 여당과 대통령실의 집중 비판과 견제를 받았다. 그 결과 구현모·윤경림 등 KT 출신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했다. 대내외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강조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이 같은 어려움을 뚫고 나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 전문성의 경우 처음 CEO 자격 요건에 있던 정보통신기술(ICT)을 삭제하고 새로 넣었다. 일부에선 자격 요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ICT와 상관없는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조치라고 의문을 갖고 있다.처음 정관에 'ICT 전문성'이 CEO 자격 요건으로 들어갔던 이유가 낙하산 CEO를 막기 위한 예방 장치였기 때문이다. KT 측은 회사가 통신을 벗어나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 중인 만큼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주식 0.5% 이상을 6개월 이상 갖고 있는 주주들은 CEO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자격 주식 수가 130만 주에 이르는 만큼 개인 주주보다는 국민연금과 현대자동차그룹, 신한은행 등 주요 주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주총에 대비해 주식 모으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회사 소액주주들도 0.5% 이상을 확보하면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소액주주들의 추천이 의미를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주주 추천 제도는 앞서 사외이사 후보를 모집할 때도 똑같이 9일 동안 적용됐다. 하지만 KT 소액주주 커뮤니티 대표 배창식씨는 "짧은 기간 개인 주주들이 사외이사 후보를 검토하고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낙하산 CEO 절대 반대"

KT가 다음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소액주주들은 낙하산 CEO가 내려올 경우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KT홈페이지 캡처

후보군 모집 이후 최종 후보를 언제까지 뽑을지는 이후 논의를 통해 확정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사외이사를 뽑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린 뒤 주말 동안 회의를 진행했다"며 "구체적 날짜까지 모두 정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모자랐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낙하산 CEO를 막아낼 수 있을지로 쏠린다. 후보 지원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사후보추천위가 어떤 인물을 올릴지가 중요하다. 회사 측은 현재 자격 요건을 기준으로 심사한다면 충분히 낙하산 인사를 걸러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거듭된 CEO 후보 낙마와 바뀌어 버린 대표이사 자격 요건, 새로운 사외이사로 합류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 등 여러 흐름이 정권 입맛에 맞는 CEO를 보내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배씨는 "회사가 낙하산 CEO를 선출한다면 전 세계를 속이는 결과가 된다"며 "국내 소액주주는 물론 해외 주주들까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CEO 표결을 위한 주총에 대비해 주식 행사권을 위임하는 등 힘을 모으고 있다. 정권과 가까운 낙하산 CEO가 탄생할 경우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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