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에 건보 혜택·투표권…中 브로커들 "韓 투자이민=예금이민"

공익사업 투자이민제는 한마디로 '무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5년간 일정금액만 예치하면 건강보험, 지방선거 투표권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영주권이 주어진다. 원금손실 가능성은 없다. 우리정부가 이자를 제외한 투자원금 전액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5년이 흘러 투자금을 돌려받아도 영주권은 유지된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투자자들은 영주권을 받자마자 투자금을 회수한다. 범죄기록만 없다면 학력과 언어 조건도 보지 않는다.

원금손실이란 리스크는 없고 거주·영주권을 얻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크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 우리 국민과 똑같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또 영주권 취득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은 지방선거 투표권도 행사할 수 있다. 심지어 투자자 본인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미혼 자녀까지 체류자격을 얻을 수 있어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선호도가 높다.

중국의 이민중개업체들은 한국의 투자이민제도를 '예금(적금) 이민'이라 부르면서 '가장 쉽고 빠르게 이민을 갈 수 있는데 의료보험, 원금보장 등 혜택은 크다'고 홍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이민제가 '영주권 자판기'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수도권의 한 행정사는 "중국뿐 아니라 홍콩이나 대만, 싱가포르의 돈 있는 사람들은 자기나라에선 연금 등 혜택을 받으면서 투자이민제로 영주권을 얻어 한국에서 지내려는 경우가 많다"며 "연금은 연금대로 받고 건강보험이나 생활환경이 좋고 문화권이 비슷한 한국에서 사는게 이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투자원금을 보장하는 것과 달리 미국의 경우 이민법상 100% 원금상환을 보장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민법에서 요구하는 투자는 'At risk Investment', 즉 투자금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처에서 투자금의 일부 혹은 전부에 대한 상환을 보증하거나, 투자자와 투자처가 특정시점이나 특정조건이 충족됐을 때 투자금을 환불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을 경우 이민법상 투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투자이민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당시 투자이민을 위해 미국의 부동산프로젝트에 투자했던 한국인들이 상당한 원금손실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국에 투자이민을 가려면 10억~13억원을 투자할 뿐만 아니라 10명의 고용창출을 해야만 영주권이 주어진다. 이렇다보니 다수의 이민업체들은 '안정적으로 투자원금을 최대한 돌려받을 수 있는 투자프로젝트가 있다', '미국변호사가 현지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하며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여준다고 홍보한다.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기도 까다로운데 원금상환마저 쉽지 않다. 한국은 투자금 예치기간이 지나면 바로 전액회수가 가능하지만, 미국에선 영주권 획득 후 2년이 지난 후에야 원금상환이 원칙적으로 이뤄진다. 이마저도 대기줄이 길어 제때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