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 전격 말소, 강인권 감독 “일요일 경기가 결정적··· 원팀 벗어났다” 복귀는 “코치, 선수들 이야기까지 듣고 판단”
강인권 NC 감독이 주포 박건우(33)를 갑작스럽게 퓨처스리그로 내려보낸 것에 대해 “원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고참으로서 실력뿐 아니라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책성 말소’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건우는 전날 1군 엔트리에서 갑작스럽게 빠졌다. 구단 측은 “부상은 아니다. 사생활 이슈도 아니다”라고 했다. 3번 타자 우익수로 꾸준히 활약 중이었고, 직전 경기인 2일 수원 KT전에도 선발 출장했던 터라 말소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이어졌다.
강 감독은 엔트리 말소의 직접적인 계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2일 KT전 도중 박건우가 컨디션 등을 이유로 교체를 요청했다가 강 감독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팀 내 다른 선수들과 달리 좀처럼 지명타자로 들어가지 못하고, 거의 매 경기 우익수 수비를 소화하면서 체력 부담과 함께 불만을 표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강 감독은 “너무 크게 확대해석은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지난주 경기를 치르면서, 박건우 선수가 여기저기 조금 불편함을 호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일요일(2일) 경기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2일 KT전에서 4타수 2안타를 쳤다. 7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8회말 수비때 최정원으로 교체됐다. 0-1, 1점차로 끌려가던 상황이었다. 강 감독은 ‘멀티 히트를 친 다음 빼달라고 하는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선수가 그런 걸 피력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단 코치진이 판단을 하는 것이고, 마지막 결정은 감독이 내리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강 감독은 박건우의 엔트리 말소를 결정하고 따로 그를 만나지는 않았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퓨처스리그로 가기 전날 선수는 감독과 면담한다. 박건우에 대한 강 감독의 불만이 엿보이는 또 다른 대목이다.
강 감독은 “박건우 선수가 성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느꼈다. 선수 스스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원팀’을 재차 강조했다. 1군 복귀 시점도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강 감독은 “퓨처스팀 코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보면서 보고를 해주실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박건우가 문책성으로 2군행 통보를 받은 게 처음은 아니다. 두산 시절이던 2021년 6월에도 갑작스럽게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54경기에서 타율 0.333을 기록하던 와중이었다. 김태형 당시 두산 감독은 박건우 말소에 대해 “피곤해하고, 쉬고 싶어해서 2군 가서 푹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감독도 ‘원팀’을 강조했고, 박건우가 선수들에게 미안해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건우가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NC는 이날 키움전을 포함해 최소한 전반기 남은 9경기는 그 없이 치러야 한다. 직전 3연전 전패에 최근 10경기 2승 8패로 최근 성적이 좋지 않은데, 불미스러운 일로 주축 선수까지 빠졌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어떻게 빠르게 봉합하느냐에 따라 남은 전반기는 물론 시즌 전체의 성패가 엇갈릴 수도 있다.
고척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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