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땐 도롱뇽... 민변, 이번엔 고래 앞세워 오염수 헌법소원

이혜진 기자 2023. 7.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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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도롱뇽’ ‘사패산 고란초’ ‘영종도 철새’ 등
정쟁 위해 동원된 동·식물 대부분 지금도 멀쩡
터널 개통 후에도 여전히 천성산에서 서식 중인 도롱뇽(왼쪽)과 제주 바다의 남방큰돌고래. /월간조선·조선일보DB

민변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바다에 사는 ‘고래’를 청구인에 넣었다.

민변은 2000년대 초반 KTX 개통 당시에도 환경연합·녹색연합 등과 함께 ‘천성산 도롱뇽’을 원고로 천성산 터널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냈는데, 해당 터널이 개통되고 KTX가 십수년째 관통하는 천성산에서는 지금도 도롱뇽이 산다.

‘천성산 도롱뇽’ ‘사패산 고란초’ ‘영종도 철새’ 등 동물을 정치에 활용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변, 헌법소원 제기하며 청구인에 ‘고래’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변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의 국민 보호 조치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변 측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 또는 아예 하지 않는 부작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려는 것”이라며 “정부는 일본의 유엔해양법협약 위반과 관련해 국민의 건강권 등을 위해 이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고,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분쟁 조정 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독자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변은 이달 4∼21일 국민을 대상으로 청구인을 모집한다. 민변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가 강행되면 청구인들의 생명권, 건강권 등 기본권 등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며 청구인 적격이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민변은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국민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태계 동식물도 피해가 예상된다며 생태계를 대표해 ‘고래’를 청구인으로 넣기로 했다.

3일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청구인 모집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천성산 도롱뇽’ ‘영종도 철새’ 이번엔 고래가 들러리?

민변과 일부 환경단체 등은 과거에도 동·식물을 앞세워 대규모 국책사업에 반대해왔지만, 지금까지 해당 사업들이 강행된 뒤 들러리로 동원된 동·식물이 실제 사라진 사례는 찾기 어렵다.

환경부가 KTX 경부고속철 터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터널, 인천국제공항 공사 등 국책 사업지에 대해 수년간 사후 환경영향조사를 벌인 결과, 이 사업으로 인해 생태계에 미친 악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천성산 도롱뇽(KTX 경부고속철 터널)’ ‘사패산 고란초(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터널)’ ‘영종도 철새(인천국제공항 공사)’ 등 지난 30년간 “개발을 강행하면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외부 반대가 심해 공사가 중단·지연된 사업들에 대해 공사 완료 후 7~10년간 환경 영향을 조사해보니 생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면서 기존 생태계가 붕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천성산 원효터널’은 2001년 지율스님과 환경단체 등이 “천성산 습지 및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면서 문제를 제기해 공사가 189일간 중단됐다. 터널이 천성산 무제치늪, 화엄늪을 통과하기 때문에 늪지 수분이 유실되고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사업 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사가 끝나고 2004~2010년 지하수위 자동계측시스템을 설치해 사후 모니터링한 결과, 계절‧강수량 요인 외에 수위 변화는 없었고, 도롱뇽 알 분포도 공사 전과 차이가 없었다. 2011년 한 차례 더 실시한 도롱뇽 생태 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벽제 구간 ‘사패산터널’도 2001년 환경단체와 불교계가 “법정 보호종인 고란초 군락지가 훼손되고 터널 준공 후 발생하는 소음으로 사찰 내 수행에 방해가 된다”며 중단을 요청, 준공·개통이 2년여 늦어졌다. 사업자인 서울고속도로가 2001~2010년 10년간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했지만 고란초 군락엔 별다른 감소가 없었다. 사패산 회룡사 주변 소음도 주간 45~46㏈, 야간 40~41㏈로 법정 기준 미만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공사 진행 과정에서 “영종도는 국내 4대 철새 도래지”라는 이유로 환경 파괴를 주장하는 의견이 많았다. 공사가 진행되던 1991년에는 사후환경영향조사보고서 제출 의무 규정이 없었지만, 사업 주체인 인천공항공사는 개항 후 2001~2008년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공항 일대 갯벌에 도래하는 도요·물떼새류 종이나 개체수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에는 조사 지역에서 70종 2만2446마리 새가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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