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사태, K팝 시장 교란 검은 손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K팝 걸그룹 사상 최단 기간(4개월)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 ▶빌보드 차트 3개 진입 ▶스포티파이 데일리 바이럴송 글로벌 9개 차트 1위
데뷔 8개월 차 신인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남긴 기록들이다. 매일 신기록들이 경신 되는 K팝 시장에서 크게 놀랄 소식은 아니다. 새나, 아란, 키나, 시오 등 네 멤버로 구성된 피프티 피프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뉴스마다 이들을 따랐던 타이틀, '중소 기업의 '기적'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신화를 쓴 후 국내 K팝 기업들은 미국을 목표로 한 글로벌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현재 해외에서 활동 중인 K팝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하이브,SM·YG·JYP엔터테인먼트 4대 기획사에 소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또 카카오엔터를 비롯해 CJ ENM 등 대기업과도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하이브는 잠재력이 있는 아티스트를 보유한 중소 엔터사들을 흡수, 문어발 레이블을 거느리고 있다. 소수 기업의 자본과 인프라가 K팝 시장을 장악하다 보니 한 식구 격인 그룹들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해프닝도 왕왕 벌어진다.
▶피프티 피프티 의미: 독점 시장에서 핀 야생꽃
중소 기획사에게 K팝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4대 기획사는 커녕 이들의 레이블인 작은 회사와도 경쟁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제2의 방시혁’, ‘제2의 방탄소년단’이 중소형 기획사에서 탄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음악계 전망은 냉소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지적이었다.
4대 기획사 신인 그룹과 중소 기획사 신인 그룹. 두 그룹이 데뷔를 예고했을 때 대중의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뻔한 질문이니 답도 뻔하다. 두 그룹은 서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에서 출발한다. 국내 K팝 시장이 피프티 피프티의 기록에 놀란 건 출발선의 한계에도 불구 먼 곳까지 날아가 존재감을 알려서다.
장은 피프티 피프티와 이들을 발굴한 소속사 어트랙트(대표 전홍준)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선사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라는 의미다. 대형 K팝 스타의 소개나 차트 역주행 같은 우발적 우연에 기대지 않고 자력으로 시장에서 ‘반응’을 얻었으니 놀라운 일이긴 하다.
이들의 기록을 ‘성과’가 아닌 ‘반응’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는, 아무리 찬사가 쏟아진 들 피프티 피프티는 고작 데뷔 7개월에 불과한 신인이라서다. 멤버들은 타 그룹에 비해 연습 기간이 짧았고,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더 많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신인 그룹이다.
기록은 실력이 아니다. 데뷔 1년도 지나지 않은 신인이라면 더욱. 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 대기업 시스템 안에서 수년 간 트레이닝을 받은 신인과 피프티 피프티의 실력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출발에서 선전했으나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입지를 다진 것에 아니기에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각오'였다. 기적적인 출발을 디딤돌 삼아 글로벌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4대 기획사와 대기업에 소속된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각오’ 말이다.
▶7개월 만에 흔들린 피프티 피프티 - 교란의 손들
"멤버들을 강탈하려는 외부 세력이 있습니다"
기대는 기적에 균열이 있음을 알리는 소속사 대표의 인터뷰가 보도되면서 사그라졌다.
피프티 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그룹을 흔든 세력이 외부에 있다고 말했지만, 균열의 시작은 가깝고도 먼 한 동료와 그의 회사에서 시작됐다.
전홍준 대표는 프로듀서(PD)이자 음반 제작사 더기버스를 운영하는 안성일 대표에게 피프티 피프티의 트레이닝, 관리 등을 맡겼다. 소형 소속사의 한계상 멤버들을 관리할 용역 에이전시가 필요했던 전 대표는 과거 인연이 있는 안 대표가 운영하는 더기버스에 피프티 피프티를 맡겼다.
대신 전 대표는 경영에 필요한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뛰었다고 한다. 통상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데는 20~50억 원의 돈이 소요된다. 소형 기획사인 전 대표에겐 부담감이 큰 액수지만 피프티 피프티가 대형 소속사 트레이닝 커리큘럼에 뒤쳐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멤버들은 보컬을 비롯해 음악 이론, 랩, 댄스, 영어, 운동, 연기 수업 등을 받았다.
가요계에 따르면 전 대표는 해당 수업비와 트레이닝 비용으로 매월 2~3,000만 원을 지출했다. 숙소비 역시 어트랙트, 전 대표의 몫이었다. 강남구에 위치한 숙소의 월세는 270만 원이다. 가장 자본을 많이 들인 건 뮤직비디오다. ‘큐피트’를 포함, 10억 원을 웃도는 제작비가 소요됐다. 전 대표가 피프티 피프티 데뷔를 위해 노모가 남긴 9,000만 원을 제작비로 쓰고, 외제차와 시계 등을 처분한 사실은 가요계 널리 알려진 일화다.
▶멤버 4인: 건강 관리 소홀 vs 소속사: 더기버스와 나눈 문자 공개
▶멤버 4인 :정산 불투명 vs 소속사 : 더기버스 회계사 고지 불이행
그러나 7개월 후 피프티 피프티는 소속사 가 정산을 불투명하게 처리했으며, 멤버들의 건강 관리 등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
어트랙트는 멤버들의 건강관리에 소홀했을까.
멤버들의 건강관리는 어트랙트의 책임인 동시에 소속사가 더기버스에 일임한 일이기도 하다. 전 대표는 더기버스에 멤버들의 트레이닝 및 관리 의무를 일임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여기엔 멤버들의 컨디션, 건강 관리가 포함돼 있다. 멤버들의 건강 관리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
디스패치는 전 대표가 안 대표에게 멤버들의 컨디션을 묻고, 걱정하는 문자 내역도 공개했다. 문자 내역에는 전 대표가 다친 멤버 아리를 위해 기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문자가 사실이라면 소속사가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는 멤버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멤버들이 소속사에 갖는 또 다른 불만 사항은 정산이다. 정산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멤버들이 소속사에 수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미만의 신인이기에 정산을 받을 수 있는 수익이 없는 탓이다. 투자금 대비 활동한 기간이 너무 짧다.
단 소속사는 멤버들에게 수익 발생금을 비롯해 투자금 대비 차액금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멤버들은 이를 통해 활동에 따른 수익금 파악하게 되고, 손익분기점의 시점, 정산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 정산 내역을 고지 받지 못했다는 주장과, 수익금이 있음에도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어트랙트는 정산 고지 또한 더기버스의 직원들이 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멤버들은 더기버스에서도 정산 고지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어트랙트는 더기버스의 회계 담당 직원이 멤버들에게 정산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큐피트 글로벌 음원 성적, 대부분 안성일 대표 손으로
▶어트랙트, 안성일 대표 배후로 지목한 정황들 공개
어트랙트는 더기버스의 안 대표가 피프티 피프티와의 갈등을 부추겼다고 밝히고 있다. 소속사가 또 다른 배후로 지목한 워너뮤직코리아와의 갈등도 더기버스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전 대표는 지난 6월 27일 안성일 대표를 업무 방해, 사기 등 3가지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프티 피프티 첫 앨범의 주요 곡들을 제작한 프로듀싱한 PD와 전쟁을 선포했다.
안 대표는 피프티 피프티를 해외에 알리게 한 곡 '큐피트'를 프로듀싱(프로듀서명 시안 PD)한 프로듀서다. 큐피트의 원작자는 스웨덴 학생들이다. 곡을 쓰기 위해서는 원작자들에게 곡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전 대표는 올해 1월 원작자에게 곡 사용료를 지급하려다 자본금이 부족한 탓에 안성일 대표에게 곡 사용료 1,248만 5000원을 대신 입금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 대표는 두 달 후인 3월, 해당 금액을 한푼도 빠짐 없이 그대로 갚았다. 이는 양측이 주고 받은 영수증에도 기록돼 있다.(5일자 디스패치 보도)
흥미로운 건 곡 사용료는 소속사가 지불했지만 저작권자로 등재된 이는 안 대표라는 사실이다. '큐피트'에 대한 안 대표의 지분율은 95%에 달한다. 어트랙트는 안 대표가 원작자에게 '큐피트'의 저작권까지 양도받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말하고 있다.
만일 안 대표가 전 대표가 지급한 돈으로 저작권을 구입했다면 문제가 된다. 전 대표가 3월 되돌려 준 자금의 전부, 혹은 일부로 안 대표가 '큐피트'의 저작권을 구입하곤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면 사기 혐의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어트랙트의 주장이 인정받더라도 저작금 배분 비율에 대한 이견 소지가 있다. 결국 이 다툼의 승자는 이미 95% 이상의 저작권자로 등록된 안 대표라는 뜻이다. 빌보드부터 스포트파이까지 해외에서 크게 선전한 ‘큐피드’의 음원 저작권은 모두 안 대표의 주머니에 들어간다.
▶안성일 대표 "워너와 200억 독단 논의한 적 없어"
▶피프티 피프티 4인 : 바이아웃 보도엔 입장 無
논란의 가장 큰 쟁점 사안이었던 '200억 원 바이아웃 제안'도 주요한 쟁점이다. 어트랙트는 지난 3일 안 대표가 워너뮤직코리아(워너)와 바이아웃 형식으로 피프티 피프티의 권리를 양도하는 2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바이아웃은 기업의 지분을 다량으로 인수하거나 혹은 기업의 지분을 모두 인수한 이후에 인수한 기업의 정상화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소속사는 멤버들이 돌연 전속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배후에 안 대표가 있고, 그가 피프티 피프티를 워너에 200억 원에 양도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대표와 워너 측이 이를 부인하자 전 대표는 이를 반박하는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하 워너와 전홍준 대표의 통화 내역-
워너뮤직코리아 OO 전무 : "제가 확인할 게 하나 있어서"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 : "네, 네."
윤OO : "제가 안성일 대표한테는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걸로 저희가 200억 제안을 드린 게 있어요."
전홍준 : "전 못 들어봤습니다."
윤OO : "못 들어보셨다구요?"
전홍준 : "네."
전홍준 : "바이아웃이라는 게 뭐에요?"
윤OO : "아니 그 레이블."
전홍준 : "레이블을 뭐 어떤거를요?"
윤OO : "그러니까 저희가 다..보통 표현으로 하면 아이들을 다 인수하고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린 거."
전홍준 : "아니, 아니요."
녹취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 세 가지다.
※첫째, 워너 측에서 안 대표에게 먼저 바이아웃을 제안했다. ※둘째, 전 대표는 보고 받은 적 없고, 바이아웃 뜻 조차 모른다. ※셋째, 워너 측이 인수라는 단어를 꺼냈고, 전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관련된 모든 의혹들을 부인 중이다. 워너의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이를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공개된 녹취록과는 다른 주장이다.
더기버스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트랙트 측은 마치 당사 안 대표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거취에 대해 워너와 독단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왜곡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워너에서 레이블 딜의 구조에 대해 제안했고 이에 대해 워너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와 논의하길 희망했다'"라며 "장기적으로 회사와 아티스트에게 득이 될 것이라 생각해 (어트랙트에) 워너의 제안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입장은 무엇일까. 워너 측이 제안한 '200억 원 바아이웃 양도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직접 언급한 바 없다. 따라서 멤버들이 해당 건과 관련한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5일 어트랙트는 멤버들이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낸 사안과 관련한 첫 공판에 참여한다. '중소 기업의 기적'이라 불렸던 어트랙트는 멤버들이 제기한 전속계약 해지 소송으로 법원을 찾는다. 불과 7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어트랙트]
피프티 피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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