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자영업자 사지로 내모는 노동계…최저임금, 1만2210원으로 오를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간 힘겨루기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 기한(6월 29일)을 넘겼지만, 노동계는 올해보다 26.9% 인상을, 사용자 측은 '동결'을 제시하며 간극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정부의 개입 논란까지 불거져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를 대표한 근로자위원들은 정부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 1일 한 언론매체가 내년 최저임금이 9천800원선에서 결정될 것이란 정부 관계자 말을 보도한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정부는 최저임금에 대한 통제를 시작하고 있어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며 "최소한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애초에 없었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구조적 어려움을 내세워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으려는 정부와 경영계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고, (기사에 나온) 정부 고위인사가 누구인지 색출할 것을, 원인 규명 및 관련 책임자 처벌과 함께 강력하게 요구하고 경고했어야 했다"며 "최저임금위가 자율성과 독립성, 공정성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있어 공정한 조정자이자 결정 당사자"라며 "노사가 자율적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최종 순간까지 적극적 개입을 최대한 자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수정안 없이 입장차만 '재확인'…소상공인 '절규'
이날 10차 회의에선 앞서 노사 양측이 제시한 최초 요구안에 대한 수정안을 두고 본격적인 수준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큰 진척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이날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최초안인 1만2천210원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수준인 9천620원을 최초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인상률이 3.95%(380원) 이상이면 1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경영계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언급된 경제성장률 1.4%를 인용해 '경기침체'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동결을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1980년,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 단 4차례 제외하고 60년 이후 가장 낮다"며 "최저임금이 고율로 인상되면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 생업은 존폐기로 설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제시한 최초안의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양측의 움직임은 제자리걸음이다. 양측이 수정 제시안을 제출하고 그 사이에서 조율되지 않으면 공익위원의 최종 중재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공익위원이 내놓을 '산식'에 소득분배율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고임금-중임금-저임금자간 격차는 유사근로자 임금이란 기준에서 이미 고려하고 있다"며 "소득분배율 기준에선 다시 고려할 필요 없고 별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소상공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매우 큰 폭으로 최저임금이 올라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올랐다. 정부 초기 강력한 드라이브로 16%의 인상률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라 정부 말기에는 소폭 인상에 그쳤다. 다만 모수가 커져 인상률이 둔화되더라도 실제 인상 금액이 주는 부담은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4명 중 1명 비율인 비정상적 우리 산업 구조와 저성장 흐름을 고려할 때 속도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간의 상승폭과 내년도 불안정한 경제 여건에 따라 적정 인상률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두고 '평행선'…표결로 결정될 가능성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제9차 전원회의'에서 양측에 수정안 제시를 요청했으나,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2천원은 돼야 한다는 10만여 명의 목소리가 담긴 서명지를 박스 2곳에 담아 박 위원장에 전달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임위는 이날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오는 6일 11차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관련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임위로부터 결정안을 넘겨 받아 매년 8월 5일까지 다음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의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최임위에서 결론을 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10차 회의에서도 양측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만약 거듭된 회의와 몇 차례의 수정안 제출에도 논의에 좀처럼 진전이 없다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중재안을 마련해 이를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올해는 근로자위원이 1명 부족한 상태여서 표결 시 '노사 동수 원칙'이 문제될 수 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고공 농성을 벌이다 구속·해촉된 김준영 근로자위원(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후임 인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노동계는 김 처장 후임으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으나, 정부는 '공동 정범'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근로자위원들이 고용부의 새 위원 위촉 거부에 반발해 최임위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더라도 공익위원, 사용자위원 등의 표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어서다.
다만 노동계는 '졸속' 심의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심층적이고 집중적인 심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는 진영을 뛰어넘어 노·사·공익 위원 모두가 지켜야 할 의무이자 역할"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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