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기대는 푸틴 … 반란 후 첫 회담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7.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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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정상회의 화상회담
친러 성향 국가들과 교류
국제외교 건재 과시 노려
반란 후 푸틴 지배력 흔들
시진핑 태도에 세계가 주목

반란 사태를 수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 다른 나라와의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정상들과 회담할 예정이다. 내부 반란 사태가 마무리된 후 처음 국제 외교 무대에 복귀한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매체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 SCO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달 24일 반란을 일으킨 지 약 10일 만에 공식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SCO는 2001년 7월 15일 설립된 국제조직으로, 회원국 간 정치·경제·안보 협력 등을 도모한다. SCO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파키스탄 등 8개국이 속해 있다.

이번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본격적인 외교 무대 복귀를 노리는 푸틴 대통령은 '친러 성향' 국가 정상과 교류하며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시 주석과 나머지 회원국 정상을 비롯해 이번 SCO를 주재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정상회의에서는 식량안보·경제·기후위기 등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전은 회의에 앞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각국 정상이 지난 1년 동안의 SCO 성과를 점검하고 회원국 간 협력을 다각적으로 확대·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아울러 현재 돌아가는 국제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성명에 나온 '국제 정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전황과 향후 전략 등을 공유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CNN은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 이후 처음으로 SCO 정상회의에 참여해 시 주석과 회담하는 만큼 전 세계 시선이 SCO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쏠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회의를 주재하는 인도 입장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의 지지 호소에 적극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알제리계 10대 청소년 나엘 메르주크의 경찰 총격 사망에 따른 이민자들의 분노 시위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는 만큼 러시아와 서방 관계를 중재해 인도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도는 여전히 군사 무기 등 자국 국방 수요 중 약 50%를 러시아에서 충당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이번 회의에서 어떻게 비칠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 동맹국의 견제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의 입장에서는 내부 반란 사태를 마무리한 현 상황에서 주요 2개국(G2)인 중국과의 공고한 동맹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자신의 권력이 여전함을 과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와의 관계에 변함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던 시 주석은 최근 러시아 내부 반란 사태 이후 푸틴 대통령의 절대권력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국방 부문 선임연구원은 "만약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들 정상은 서로 양옆에 마주 서면서 건재함을 과시했을 것"이라며 "만약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면 아무리 절대권력이라고 해도 내부 반란에는 취약하다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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